Nov 5, 2008

MySpace 자살 사건을 통해 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규제

MySpace 남자친구와 헤어진 13살 소녀의 자살

한국에서는 최근 유명 연예인의 자살의 원인을 둘러싸고, 그 자살의 원인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었던 악성 소문이라는 ‘가설’이 등장하면서, 수사기관에서는 그 악성 소문의 유포자를 찾아 나서는가 하면,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허위사실유포나 모욕적 표현의 사용을 오프라인의 법률로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른바 MySpace 자살 사건도 인터넷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건이다. 14살 생일을 3주 앞 둔 Megan Meier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살을 하였다. 자살 직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 맺기 사이트(social networking website)인 MySpace(www.mySpace.com)에서 만난 Josh라는 남자친구로부터 모욕을 받고 절교를 당한 사실에 비추어, 그 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자살을 하였다고 부모들은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Josh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이웃에 사는 Megan의 친구의 어머니인 Lori Drew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임이 밝혀졌고, 우여곡절 끝에 그 친구 어머니가 기소되어 지금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Lori에 대한 공소장과 언론 보도(Suburban Journals, 2007. 11. 13.자; The New Yorkers, 2008. 1. 21.자)에 따르면, 본래 Megan과 Lori의 딸은 같은 나이로 같은 골목의 네 집 건너 이웃에 살고 있었고, Megan은 Lori 가족의 휴가에 동행을 할 정도로 둘은 절친한 친구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두 소녀는 친구관계를 끊게 되었다. Megan과 딸의 관계 단절을 알게 된 Lori는 MySpace에 Josh Evans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Lori는 그녀의 딸은 물론 최소한 각각 18살과 13살의 다른 두 소녀들에게도 Josh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Josh 계정을 이용해 Megan에 접근하여 온라인 교제를 나누도록 하였다. 그들은 Megan이 좋아하는 유형의 잘생긴 남자의 사진을 구해 Josh의 사진으로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Josh가 Megan의 관심을 끌도록 꾸몄다. 가짜 계정을 만들어 Megan에게 접근한 이유에 관해 Lori는 Megan이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딸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Lori 등은 Josh 계정을 이용해 Megan에게 친구를 맺자고 접근하였고, Josh와 Megan은 MySpace를 통해 약 한 달간 친밀한 온라인 교제를 나누었다. Megan의 부모들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우울증 증세를 앓고 있던 Megan은 Josh와 교제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교제 기간 동안은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순탄하던 Josh와 Megan의 교제는 Megan의 자살로부터 이틀 전쯤부터 Josh가 Megan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함으로써 파국으로 치달았고, 이로 인해 Megan은 심한 상처를 받았다. Megan은 2006년 10월 16일 컴퓨터로 Josh와 대화를 하던 중 심한 정서적 불안을 보이면서 뛰어 나갔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방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Megan이 자살하기 직전 Josh로부터 마지막으로 받았다고 추정되는 메시지에는 “O'Fallon(Megan이 사는 지역) 사람들은 모두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너는 나쁜 여자애고, 사람들은 모두 너를 미워해. 너의 남은 인생은 저주를 받을 꺼야. 네가 없어 진다면 세상은 더 좋아 질 꺼야"와 같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자친구 Josh는 이웃이 만들어낸 허구임이 밝혀져

그 후 Megan의 부모들은 Josh를 찾아보려 하였지만, Josh는 MySpace에서 이미 탈퇴하여 찾을 수가 없었다. 이웃에 살고 있던 Lori가 Megan의 집에 출동한 앰뷸런스를 보고 Megan에게 나쁜 일이 생겼음을 알고 가짜 Josh 모의에 가담한 소녀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Josh 계정을 폐쇄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고, 주민등록증과 같은 통일적이고 강제적인 신분증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제도가 가능하지도 않다. 인터넷 사이트들도 가입자의 신상정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약 한달 반 가량이 지나서, Josh가 가짜임을 알고 있었고, 그 계정을 이용해 Megan에게 한 번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 다른 집의 소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그 부모가 Megan의 부모에게 사실을 실토함으로써 Josh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Megan 부모의 고발로 Lori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 수사당국은 Lori의 범죄 혐의를 찾지 못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Megan의 부모, 여론, 언론 등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사건은 다시 재개되어 결국 Lori는 2008년 5월 16일 대배심(grand jury)으로부터 기소 결정을 받게 되었다.

서비스이용계약위반 = 범죄?

어렵게 Lori를 기소할 수 있었지만, 혐의자들이 유죄판결을 받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다. 사실적으로는 Megan의 자살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법률적용도 문제이다. Lori에게 적용된 법률은 권한 없는 또는 권한을 초월한 컴퓨터 이용을 금지하는 the Computer Fraud and Abuse Act(18 U.S.C. Section §1030) 이다. 즉 MySpace의 서비스이용조건(Terms of Service, TOS)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모욕하거나, 해를 가할 목적으로 MySpace에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개인 정보를 요청하는 행위,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교사하는 행위, 또는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전파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Lori은 Josh라는 허위명의를 이용하여 MySpace 서비스에 가입하고, 그 ID를 이용하여 Megan의 개인정보를 얻어내고, Megan를 괴롭힘으로써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초월하여 컴퓨터를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위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혐의자들의 행위에 대해 분노를 표하면서 형사처벌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Lori의 기소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형사처벌에 반대하는 측은 서비스이용조건 위반은 단순히 계약위반 행위에 불과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도 애인과 싸우거나 헤어지고 충격에 빠져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있고, 그 애인이 신분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했다고 밝혀지기도 하지만, 전 애인을 그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지는 못하는데, 그러한 일이 온라인상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Lori에게 적용된 컴퓨터 사기 및 남용 금지법은 본래 해커들이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정보를 빼내거나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인데, 이 사건에 위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확대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자의적 법 집행의 위험성도 거론되고 있다. 즉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씌어 있고 복잡하고 긴 서비스 이용계약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많은 이용자들이 서비스 이용계약을 부지불식간에 위반하면서, 혹은 무시하면서 이용한다. 사소한 이용조건 위반 행위가 모두 처벌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Lori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되면 법집행 당국이 선별적으로 서비스이용조건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이로 인해 자의적 법 집행의 위험성이 높아 진다는 논리이다. 더구나 인터넷 사업자가 제정할 수 있는 서비스 이용계약의 내용이나 범위에 관한 규제가 없으므로, 인터넷 사업자가 임의로 정한 서비스이용계약 위반을 형사범죄화 한다면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형벌법규를 제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피고인측도 관련 법조문이 금지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위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검사측은 인터넷이 등장하고, 컴퓨터 사기 및 남용 금지 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선례가 없지만, 관련 법조문은 그 자체로 금지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기소를 위해서는 고의 등을 입증해야 하므로 자의적 법집행의 위험은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도 (1) 피고인들이 서비스이용조건 중 어떤 조항을 위반하였는지, (2) 모든 MySpace 이용조건 위반행위가 컴퓨터 사기 및 악용 금지법 위반에서 말하는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지, (3) 만일 모든 이용조건 위반이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면 어떤 경우가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지와 같은 점에 관해 의문을 표시하고 양측의 법률의견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고 한다(WSJ Lawblog 기사).

이 사건의 영향

이 사건의 추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사건 결과가 앞으로 미국 인터넷 규제의 방향에 전반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Lori가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은 단순한 이용계약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또 인터넷사업자들 역시 이용자의 그 범죄 행위에 방조하거나 가담하였다는 혐의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여야 할지도 모른다. Lori가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인터넷이용자의 인터넷 남용행위를 규제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던 간에 이 사건은 급속하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인터넷상의 행위에 대해 어떤 규제가 수정되고, 도입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의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08. 11. 3. lawnb.com에 처음 실음. by y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