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8, 2011

IBM 한국과 중국에서 뇌물 제공으로 1천만 달러 과징금

미국 IBM이 현지 자회사와 합작법인(이하 편의상 "계열회사")을 통하여 한국과 중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FCPA)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로부터 1천만 달러에 이르는 금전 제재를 부과받게 되었다. 이 1천만 달러 가운데는, 이익환수금 (disgorgement) 530만 달러, 판결 선고 전 이자 270만 달러, 과징금 2백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IBM사는 SEC와 합의를 하였지만, 피의 사실을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에서 뇌물 제공에 직접 관여한 주체는 미국 IBM 본사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 있는 현지 법인과 합작 법인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미국 IBM 본사에 FCPA법을 직접 적용하고 책임을 추궁하였다. 한국에서는 IBM의 완전 자회사인 한국 IBM, 그리고 IBM이 51%, LG가 49% 주식을 보유한 합작 기업인 LG-IBM PC가 뇌물 제공에 관여하였다. 중국에서는 IBM의 완전 자회사인 IBM (China) Investment Company Limited와 IBM Global Services (China) Co., Ltd.가 관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 IBM과 LG-IBM의 정부조달 영업 책임자들이 정부에 메인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와 같은 IBM 제품을 납품하기 위하여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2억 1,683만 원 (약 2억 7천만 달러)에 이르는 뇌물을 수차례에 걸쳐 한국 공무원들에게 전달하였다고 한다. 뇌물은 현금, 선물, 여행 및 유흥비의 형태로 제공되었다. 소장에는 IBM 계열회사 책임자들이 식당, 사무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현금이 든 가방이나 봉투를 건네 주고, 개인용 컴퓨터를 선물로 주었다는 내용이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IBM 중국 지사 직원들도 중국 공무원들에게 여행비용 지원이나 부적절한 선물 제공을 통해 뇌물을 제공하였다고 하나, 구체적인 액수는 소장에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사건의 한국 관련 부분을 더 자세히 살펴 보면, 한국에서 2004년 경 진행된 한국 IBM 뇌물 사건이 미국 SEC 조사로 이어졌음이 분명하다. 한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4년 1월 서울지검 특수부는 한국IBM㈜이 금품 로비와 담합 등 불법 영업으로 9개 공공기관에 6백60억원어치의 컴퓨터를 납품한 사실을 밝혀 내고, 공공기관 사업본부장 (상무)와 뇌물을 받은 공무원 12명을 각각 입찰 방해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였다. 또, 유사한 혐의로 LG-IBM PC(주)의 상무보를 비롯한 2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낙찰 담합에 가담한 15개 업체를 최고 벌금 3억 원에 약식 기소하였다 (중앙일보, '한국 IBM '뇌물 영업,' 2004. 1. 5. 참고). 위 사건이 알려진 직후, 미국 SEC가 IBM을 FCPA 위반으로 조사를 하고 있고,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The Boston Globe, "SEC plans civil suit against IBM over accounting transaction," 2004. 1. 9. 참고). 필자는 미국 SEC 소장 가운데 한국 관련 혐의 사실을 읽어 보고, 비록 영어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부분의 문체나 양식이 한국 형사 판결문이나 기소장에서 범죄사실을 기재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볼 때, 미국 정부가 FCPA 수사에서 한국 정부의 형사수사 결과에 상당히 의존하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FCPA법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촉진, 시현, 또는 설명과 직접 관련되어 외국 공무원에게 돈을 지급하거나 비용 환급을 해 주는 행위는 FCPA법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15 U.S.C. §§ 78dd-1(c)(2)(A) and 78dd-2(c)(2)(A)). 하지만 IBM의 행위는 그러한 적법한 판촉 행위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IBM에게는 두 가지 조항이 적용되었다.

즉, 첫째로 정확한 회계기록 유지 의무에 위반하여 회계서류가 부적절하게 작성되어 있었다는 Exchange Act Section 13 (b) (2) (A) 위반죄와
(IBM failed to make and keep books, records, and accounts, which, in reasonable detail, accurately and fairly reflected IBM's transactions and disposition of its aseets).

둘째로 내부통제장치를 충실하게 설치 운영하지 못하였다는 Exchange Act Section 13 (b) (2) (B)위반죄가
(IBM failed to devise and maintain a system of internal accounting controls sufficient to provide reasonable assurance [of anti-corruption compliance]) 적용되었다.

이 사건이 필자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 사건이 한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뿐 아니라, 한국 계열회사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해 미국 IBM에게 직접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IBM은 미국법에 따라 설립되었고, 뉴욕 증권시장에도 상장된 회사이므로, FCPA법상 미국증권 발행 회사(issuer)이자 거주자 (domestic concerns)에 해당하여 FCPA법이 적용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IBM 본사가 왜 한국과 중국에 있는 계열회사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해 어떤 근거에서 미국법상 책임을 부담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필자도 그 문제에 관한 답을 찾아 보고자 이 사건 소장을 여러 차례 읽어 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사건 소장에서 해답을 찾지는 못하였다. 해외 계열회사가 자행한 뇌물제공 행위에 대해서 미국 본사에게 FCPA 위반 책임을 묻는 사례가 많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 어떤 요건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지는 아직 명확한 법리가 서 있지 않다. FCPA 사건들은 제재를 받는 회사와 미국 정부의 합의를 통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미국 규제당국도 소장이나 합의문에서 그 쟁점에 관해 명확하고 상세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법원 판결은 더욱 찾을 수 없다.

FCPA 사건에 관한 기소장이나 합의문, 그리고 일반 이론에 바탕해서 몇 가지 책임의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미국 모회사와 해외 계열회사는 사실상 단일한 실체이고, 미국 모회사가 해외 계열회사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책임의 근거를 찾는 이론이 있다. 이 논리는 미국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합작법인의 최대 주주인 경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국 모회사가 FCPA 위반 사실을 알고도 승인 또는 묵인하였을 경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특히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에서 과거에 일어난 FCPA 위반행위를 발견하였거나,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책임의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그래서 기업 인수합병을 할 때 피인수기업의 과거 FCPA 위반 행위 존재 가능성에 대한 세심한 실사가 최근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세번째로 해외 계열회사는 대리인에 해당하고, 미국 모회사는 본인으로서 대리인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이론이 있다.

어떤 요건 하에서 미국 모회사가 해외 계열회사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규제기관이 해외 계열회사의 행위에 대해 미국 모회사에게, 더 나아가 해외 계열회사에게까지 직접 책임을 묻는데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통해 볼 때, 미국 모회사가 해외 계열회사를 밀접하고 강하게 통제하는 경우에, 법인격이 다르므로 FCPA 위반 책임도 단절된다는 주장은 미국 규제기관에게 큰 설득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해외 계열회사가 단독으로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미국 모회사가 부패방지를 위해 필요한 내부통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모회사가 계열회사의 부패행위에 대해 FCPA 위반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았거나, 또는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본사나 미국내 계열회사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나라에 나가 있는 자회사들에서도 FCPA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예방 교육, 준법 감시 활동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건명과 사건번호: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v.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 case number 1:11-cv-563, in the 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SEC 보도자료 (http://www.sec.gov/litigation/litreleases/2011/lr21889.htm ), 3/18/2011
SEC 소장: http://www.sec.gov/litigation/complaints/2011/comp21889.pdf

Wall Street Journal 기사: SEC Sues IBM Alleging China, Korea Bribes - WSJ.com, 3/18/2011

주제어: 해외부패방지법, Foreign Corrupt Practice Act, FCPA

Mar 17, 2011

미국 하원, 망중립성 폐지 법안 채택, 상원 통과는 불투명

미국 하원이 망중립성을 도입하려는 FCC의 노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11. 3. 15. 미국 하원은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이 도입하려고 하는 망중립성 (network neutrality rule) 규정의 발효를 막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망중립성 폐지 법안은 30대 23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하였는데, 찬반표는 소속 정당에 따라 확연하게 나누어졌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망중립성이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면서 망중립성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망중립성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이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 망중립성 폐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제어: 망 중립성, network neutrality

House Panel Approves Resolution to Block FCC Internet Rules - WSJ.com (3/15/2011)

Mar 16, 2011

미국 수사당국, 구글 Alert 이용해서 FCPA 인지

미국 수사당국이 FCPA 위반 사건을 인지하는 방법은 내부자 고발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의외로 Google Alert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O'Melveny & Myers의 Jeremy Maltby 변호사가 Corporate Crime Reporter와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 수사당국이 Google Alert (Google Alert는 특정 검색어를 포함한 뉴스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그 뉴스들을 모아서 이메일로 알려 주는 구글의 서비스) 를 이용해서 부패 사건을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사당국은 Google Alert에 corruption, bribe 같은 관련 단어가 들어간 뉴스를 검색해서 알려 주도록 설정을 해 두었다가, 다른 나라에서라도 뇌물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영문으로 인터넷 어디에서인가 보도가 되면 그 기사들을 단초로 하여 미국 수사당국이 조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필자도 Google Alert를 이용해 보았는데, 정말로 전세계 온갖 사이트에 올라오는 광범위한 자료를 검색하여 정기적으로 알려 준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FCPA 적용 대상 회사들은 보통 현지 입장에서 보면 외국 회사나 큰 기업이다 보니, 그 현지에서도 보도 가치가 있을 것이고 대중언론이나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면, 결국 미국 수사당국의 조사에도 이용되게 되는 것이다.

Partner Jeremy Maltby Quoted in Corporate Crime Reporter about FCPA Prosecution by Google Alert

Mar 12, 2011

IP 분야 논문들

OMM 변호사들이 2010년 한 해동안 IP 분야에서 발표한 논문과 뉴스레터의 목록입니다.

"A Statistical Analysis of Trade Secret Litigation in Federal Courts": 최초로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연방법원에서 내려진 영업비밀 침해 사건 판결 394개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많은 주목을 끈 논문이다. (원문 보기)

"A False Sense of Security?: Nonpracticing Entities and Potential Liability for Inducing Others to Infringe": 흔히 특허침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여겨지는 특허관리회사(nonpracticing entities, NPE)들도 35 U.S.C. § 271(b)에 근거하여 특허침해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는 논문이다. (원문 보기)

“Federal Circuit Clarifies Scope of Design Patent Protection: Richardson v. Stanley Works, Inc.” : 이 뉴스레터는 디자인 특허 침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법원은 제품의 장식적 요소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한 Richardson v. Stanley Works, Inc. 사건 판결을 논하고 있다. (원문 보기)

"Supreme Court Holds Business Methods May Be Patentable": 비지니스 모델의 특허 가능성가 쟁점이 된 Bilski v. Kappos 사건 판결을 분석한 뉴스레터이다. (원문 보기)

"Medical Treatment and Diagnostic Procedures - Patent Eligible?": 이 논문은 Bilski 사건을 비롯한 최근 판결들에 근거해서, 치료법이나 진단 방법에 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원문 보기)

"Intellectual Property Law": 이 논문에서 저자는 Publicity권, 영업비밀, 저작권을 중심으로 최근 주요 판결들을 소개하고 있다. (원문 보기)

"Likelihood of Confusion? -- Three Areas of Uncertainty in Trademark Law": 상표권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다음 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논문이다 (1)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위조상품을 단속할 책임을 상표권자에게 부담시킨 Tiffany (NJ) Inc. v. eBay Inc 사건, (2) 온라인 결제 회사 (online payment processor)의 기여 책임 (contributory liability) 근거를 판매회사 (merchant)의 행위에서 찾은 Gucci America, Inc. v. Frontline Processing Corp. 사건, (3) 가집행의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 (irreparable harm)의 판단 기준 (원문 보기)

"Which Opinion in Princo Best Applies Recent Supreme Court Lessons?": 이 논문은 특허 남용에 관한 Princo Corp. v. ITC 판결에 관해 다루고 있다. (원문 보기)

"Selecting a Litigation Forum From Among the District Courts and the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또는 방어함에 있어서 법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관해서 다루고 있는 논문이다. (원문 보기)

in reference to:

""Selecting a Litigation Forum From Among the District Courts and the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 O'Melveny & Myers LLP | Newsroom | Alerts | 2010 Intellectual Property and Technology Article Compendium (view on Google Sidewiki)

Mar 11, 2011

Madoff 인터뷰

사상 최대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키고 현재 150년 징역형을 살고 있는 Madoff 인터뷰 기사. Madoff 인터뷰 녹음도 들을 수 있다.

The Madoff Tapes

Mar 10, 2011

유럽특허법원 설립 시도 좌절

유럽 전역에 관할권을 가지는 단일한 1심 법원 단계의 유럽특허법원을 설립하려고 하는 시도가 무산되었다. 2011. 2. 8. 유럽최고법원 (the European Court of Justice)은 유럽특허법원 설립이 회원국 고유 권한을 침해하여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Proposed Patent Court Breaks EU Law: High Court - Law360

Mar 5, 2011

문서검토 인공지능 소프터웨어가 변호사를 점차로 대체

문서검토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소송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하고, 변호사들을 대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 소송에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가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비용과 시간도 많이 잡아 먹는다. 최근에는 이메일이 기업 내에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면서 디스커버리를 위해 분석하고 제출하여야 하는 문서 자료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 났다. 그래서 e-discovery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e-discovery 전문 변호사도 등장하였다.

디스커버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대략이라도 보여 주기 위해, 내가 다니는 회사가 소송을 당했고, 내가 담당하는업무가 소송에서 문제되는 일과 관련이 있어서, 상대방 당사자가 내 이메일 가운데 소송 사건과 관련 있는 이메일을 모두 제출하라는 요청을 하였다고 가정을 해 보자. 요청을 받는 우리 회사는 먼저 내 이메일 계정에 저장되어 있는 이메일 기록을 백업을 받아 보존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나의 이메일 기록을 모두 제출할 필요는 없고, 요청받은 정보와 관련성이 있는 이메일만 제출하면 충분하지만, 관련성 있는 이메일을 골라 내기 위해서는 먼저 누구인가가 이메일을 읽고, 판단하고, 정리를 하여야 한다. 이제까지는 그 일을 인간, 즉 변호사가 하였다.

디스커버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략이라도 보여 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임금 관련 소송을 당하였다. 나는 회사 인사부에서 근무를 하면서, 승진, 이동배치, 임금에 관한 업무에 직간접으로 관여를 한다. 내가 회사 메일을 통해 하루에 이메일 40개를 받고, 10개에 대해 답장을 한다.

그러면 내 이메일 계정 안에는 하루 50개 이메일이 저장되어 있다. 소송에서 문제되는 기간이 1년이고, 각종 휴일, 휴가를 빼고 실제 업무하는 날들이 200일이라고 하면, 50 X 200개, 즉 10,000개 이메일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 나와 관련이 있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10명이라고 한다면 이메일은 10만 개가 된다. 관련되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검토해야 하는 이메일 숫자는 쉽게 1백만, 1천만 개로 늘어날 수 있다. 이메일 하나가 문서 1쪽에 불과할 때도 있지만, 몇 페이지에 이르고 첨부파일이 첨부된 이메일도 있으므로 10만 개 이메일은 쪽수로 환산하면 쉽게 1백만 쪽이 넘어 갈 수 있다.

종전에는 이러한 검토 작업을 시간 당으로 보수를 받는 변호사들이 수행을 하였다. 아무리 관련성이 없는 내용은 빠르게 읽고 지나가거나,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1백만 쪽에 이르는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는데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 그에 따라 변호사 비용도 늘어난다.

이러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가 등장하였다. 컴퓨터가 수행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이메일들 가운데 소송과 관련성이 있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걸러내는 것이다. 소송이 임금과 관련이 있으므로, 컴퓨터가 이메일을 검색하여 그 가운데 "월급, 봉급, 보너스, 상여금"과 같은 관련성 있는 단어를 포함하는 이메일만을 골라 낸다면, 인간이 해야 하는 작업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관련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이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월급'을 받으면 한턱 내라는 사적인 이메일이나, 신상품을 구매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주겠다는 카드 회사의 광고성 메일도 '월급,' '보너스'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컴퓨터가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한 이메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컴퓨터가 한번 걸러낸 문서를 검토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e 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가 진화를 하면서, 이메일에 담긴 의미, 사건과 관련성, 이메일 간의 연과성, 메신저나 전화 통화 내역과 연관성, 대화의 분위기와 같은 이제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검토작업까지 컴퓨터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A와 B가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갑자기 '전화할게'라는 말로 이메일이 중단되고,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한 기록이 있다면, 그 두 사람이 이메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비밀스럽거나 의심스러운 대화를 하였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는데, 그러한 점들을 소프트웨어가 포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격식 없는 말투로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갑자기 격식 있는 공식적 표현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이메일 대화로 잡아 낸다고 한다.

이와 같은 문서검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국 소송의 당사자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변호사 고용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미국에서 소송을 당하는 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혜택을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도 소프트 웨어로 한국어 문서를 key word 검색을 하여 1차로 문서를 걸러내는 작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문서의 의미를 파악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어가 기업업무용 이메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문서검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엔론 사건에서 얻어진 5백 만개 이메일이 수년 전에 일반에 공개되어, 언어학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그 이메일들을 분석 연구한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광범위한 이메일 기록은 개인 정보 및 사생활 보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개되기가 쉽지 않은데, 인공지능 문서검토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능하게 할 정도 분량의 한국어 이메일이 언제 확보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Armies of Expensive Lawyers, Replaced by Cheaper Software - NY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