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9, 2008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은 부당한 성차별

지난 2008년 7월 25일은 세계최초의 시험관아기인 영국의 Louise Joy Brown이 태어난 지 3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시험관아기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라도 하듯이, 노동법적 측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판결이 미국 항소법원에서 2008년 7월 16일 내려졌다. 불임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던 여성 노동자가 첫 번째 시술에서 실패한 후 다시 시술을 받기 위해 병가를 신청하였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사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미국연방 제7항소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Seventh Circuit)의 Cheryl Hall v. Nalco Company 사건 판결이 그 판결이다.
이 사건의 원고인 Hall은 피고인 Nalco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3년 3월 24일부터 4월 21일까지 휴가를 얻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였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약물투여, 난자추출 수술,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체외 수정, 수정란의 자궁내 이식 수술 등으로 이어지는 수 주일에 걸친 복잡한 의료 시술을 요구하고, 시술이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몇 번에 걸친 시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Hall은 불행히도 첫 번째 시술은 실패하였고, 7월 21경에 다시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8월 18일부터의 휴가를 신청하였다.
한편 Nalco는 그 무렵 지역별로 설치된 사무실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Hall이 근무하던 사무실도 인근 사무실과 통폐합 대상이 되었다. 통폐합 계획은 통합 대상 사무실들에서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Hall이 두 번째 휴가를 신청한 직후인 2003년 7월 말, Hall의 직속상관인 Baldwin은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다. Baldwin은 Hall에게 고용계약의 중단은 [그녀의] 건강상태를 감안할 때 [그녀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였다.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기 전에, Baldwin은 회사 인사책임자와 논의를 하였는데, 그 책임자의 수첩에는 Hall에 관하여 “장기휴가, 불임시술”이라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해고 통보를 받은 Hall는 해고가 1964년 시민권법 제7장(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을 위반한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별히 Hall은 임신차별금지법(the Pregnancy Discrimination Act)은 “임신, 출산 또는 그와 관련한 의학적 상태를 이유로 하거나 또는 근거로 한(“because of or on the basis of pregnancy, childbirth, or related medical conditions” 42 U.S.C. § 2000e(k))” 차별은 “성별을 이유로 한(because of sex)” 차별에 해당한다는 특별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해고는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방법원은 불임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불임여성은 임신차별금지법에 의해 보호되는 부류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지방법원은 차별이 불임만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기준으로 하여,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지방법원의 판단은 불임시술을 사용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불임시술을 모두 제외하는 이상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다른 항소법원의 판결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항소법원은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인지는 적절한 판단기준이라고 할 수 없고, 문제되는 사용자의 조치가 실제로 성별에 중립적인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International Union v. Johnson Controls, Inc., 499 U.S. 187 (1991)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위 사건에서 사용자는 임신 능력이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임 여성은 납에 노출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납 노출은 남성과 여성 노동자 모두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정책은 오로지 여성 노동자들만 배제하였기 때문에 위 정책은 생식능력만을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 성별과 임신 가능성을 근거로 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장기간의 복잡한 시험관시술을 여러 번에 걸쳐서 받아야 하고, 그러한 시술을 위해 여러 번 장기간의 휴가를 신청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다. 남성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참여하더라도 매우 적은 시간만 필요로 하므로, 장기간 휴가를 쓸 필요성이 없다. 이러한 시험관아기 시술의 특성을 볼 때, Hall은 성별에 중립적인 불임을 이유로 해고된 것이 아니고, 임신이라고 하는 성별에 따른 신체적 특징을 근거로 해고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임신차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고 이 사건 항소법원은 판단하였다.
이번 항소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이 임신차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법률판단만 내린 summary judgment이므로, 실제 Nalco의 조치가 부당한 성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실체판단은 사건을 환송받은 지방법원에서 다시 다투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 판단 결과와는 상관 없이 이 사건 판결은 법률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에 임신차별법 적용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2008년 8월 28일 www.lawnb.com에 처음 실음, by 신영욱

Aug 16, 2008

장애우 관람석의 시야 확보

미국 장애우보호법(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은 극장이나 경기장의 좌석 가운데 1%를 장애우들에게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장애우우대석은 좌석만 배정하면 충분할까, 아니면 시야까지 확보해 주어야 할까. 시야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할까?

Robert Niller v. The California Speedway Corporation 사건에서는 장애우 관람석 앞자리에 있던 다른 관객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진 경우 그러한 자리 배정이 미국 장애우보호법 위반인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다.

미국 제9항소법원에서 2008년 8월 장애우관람석은 시야가 확보되어야 할 뿐아니라, 다른 관객들이 일어서서 볼 때도 시야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DOJ도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우관람석은 다른 관객들이 서서 관람을 할 때도 시야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우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장애우의 입장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을 새로 일깨우는 사건이다.

http://blogs.wsj.com/law/2008/08/15/ninth-circuit-gives-disabled-nascar-fans-unimpeded-view-of-track/trackback/
소급적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은 무효(Davis v. Blige 판결)

미국 제2 연방 항소법원이 2007년 10월 Davis v. Blige 사건에서 저작권 이용허락이나 저작권 양도(retroactive license or assignment)는 소급효를 가질 수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에 따르면 소급적 이용허락이나 저작권 양도 계약은 무효이고, 이미 발생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책임을 면제하는 효력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과거의 저작권 침해로 인해 발생한 책임을 면제하려면 별도의 면책합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 저작물이 공동저작권자의 소유에 속한 경우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과거 침해행위에 대한 책임 전부를 면책 받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피고들은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이 사후에 소급적으로 저작권을 양도하였다고 주장
작사가인 원고 Davis는 “Queen of Hip Hop Soul”로 불리는 유명 랩가수인 Mary Jane Blige라는 가수의 앨범 “No More Drama”에 실린 두 개 노래의 가사가 자신이 Bruce Chambliss와 함께 작사한 가사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 Bruce Miller가 Chambliss로부터 저작물 이용 이전에 구두 약정을 통해 저작권을 양도받았고, 저작물 이용 이후에 사전 구두 약정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서면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Miller는 다른 피고들에게 가사의 이용을 허락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들이 제출한 서면 약정에는 Chambliss가 Miller에게 저작권을 창작일을 기준으로 양도한다는 소급효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1심 법원은 구두약정은 인정되지 않지만,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합의를 통해 피고들의 과거 저작권 침해 행위가 치유되었다는(cure past infringement) 이유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summary judgment를 선고하였다.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1심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소급적 저작권 양도 합의가 과거의 침해행위를 치유한다는 1심 판결은 파기됨
1심 법원은 공동저작권자인 Chambliss가 소급적으로 저작권 양도를 할 수 있는 근거로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은 자기 자신의 지분을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타인에게 저작물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이 부분 판단을 파기하면서, 소급적 저작권 사용허락이나 양도는 모두 법률상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항소법원 판단의 근거는 이용허락(license)과 화해(settlement)는 엄밀히 구분하여야 하는데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유효성을 인정하면 저작권법의 기본 정신이 파괴되고,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를 해친다는 것이 주된 근거이다.
항소법원의 판단과 같이 이용허락(license)이나 양도는 본질적으로 장래를 향해 저작권 이용을 허락하는 성질을 가진다. 반면 화해(settlement) 또는 면책(release) 합의는 그 합의에 참여하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서, 과거에 이미 일어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책임을 확정하거나 면책하는 소급적 효력을 가지는 성격의 합의이다. Chambliss와 Miller 사이의 합의가 이용허락이나 양도인지 아니면 화해계약인지에 따라 공동저작권자인 Chambliss가 그러한 법률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

소급효 있는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 인정은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
공동저작권자 중 한 사람은 단독으로 자기의 지분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고, 타인에게 장래에 저작물을 이용할 비독점적 권리를 허락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공동저작권자의 지분은 양도성이 있는 권리이고, 공동저작권자 중 한 사람이 제3자에게 비독점적 이용을 허락하더라도, 다른 공동저작권자는 여전히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보유하며 이용허락을 한 공동저작권자가 받은 저작물 사용대가에 대해서 배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동저작권자는 단독으로 독점적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하면, 오로지 독점적 이용권자만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다른 특별한 합의가 없는 이상 공동저작권자라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단독으로 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적 이용권한의 설정은 모든 공동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Chambliss가 Miller에게 공동저작권자로서의 자기 지분을 양도하면 그 시점 이후부터는 Miller가 Davis와 함께 공동저작권자가 되어 스스로 저작물을 이용하거나 다른 피고들에게 비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Chambliss가 자신의 지분을 소급적으로 Miller에게 양도한 합의에 유효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이다. Miller는 저작물 이용 당시나 다른 피고들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당시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피고들의 노래가사 이용과 동시에 Davis에게는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권리가 이미 발생하였다. 만일 사후 서면 계약에 소급효를 인정하면, 소급효에 의해서 Miller는 작사 당시부터 Davis와 공동저작권자였던 것과 같이 법률상 의제하게 되어, 권한 없는 이용이었던 Miller의 저작물 이용이 소급적으로 권한 있는 정당한 이용으로 취급되고, Miller의 다른 피고들에 대한 비독점적 이용권한 설정도 권한 있는 자에 의한 유효한 이용권한 부여로 간주되게 된다. 따라서 소급효를 인정하면 Chambliss 단독의 행위로 인하여 이미 발생하였던 Davis의 피고들에 대한 권리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만일 Chambliss가 Miller에게 자기 지분을 양도한 것이 아니고 비독점적 이용권을 설정한 경우라도 소급효를 인정하면, Chambliss의 단독행위로 인하여 Davis가 권리를 상실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즉 소급적 이용권한 설정의 효력을 인정하면 Miller는 이용은 소급적으로 이용권한 있는 저작물의 이용이 되어 Davis는 Miller에 대한 권리를 잃는다. 다만 비독점적 이용권자에 불과한 Miller는 제3자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 없어 Miller를 제외한 다른 피고들의 행위는 여전히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차이가 날 뿐이다.
소급효를 인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상과 같은 결과는 공동저작권자는 자기 자신이 가진 권리 이상을 양도하거나, 다른 저작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공동저작권자간 법률관계의 기본원리를 파괴하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는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법률적 이유이다.
그 밖에도 항소법원은 소급효의 부정이 법률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작권 침해의 유인을 감소시킨다는 정책적 이유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만일 소급효를 인정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위 당시에는 권한이 없었던 저작물의 이용이 소급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으로 취급될 뿐 아니라, 소급적으로 공동저작권자가 된 자가 소급적으로 얼마든지 많은 제3자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법률적 불확실성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또 소급효 있는 저작권 양도 합의가 허용되면 모든 저작권자와 화해를 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대가를 지불하고 공동저작권자 중 일부와 소급적 저작권 양도 합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므로, 저작권 침해의 유인이 높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효인 저작권 구두 양도의 소급적 사후 추인도 허용되지 않아
서면 합의는 저작물 이용 이전에 이루어진 구두 합의를 소급적으로 추인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주장도 항소법원에서 배척되었다. 미국 저작권법상 공동저작권자의 지분의 양도는 서면으로 체결되지 않으면 무효이므로[17 .U.S.C. §204(a)], Chambliss와 Miller 사이의 구두 약정은 무효이다. 피고들은 사후의 서면 계약은 이미 이루어진 구두 계약을 서면으로 추인(ratify)하는 것이고, 따라서 구두 약정은 약정 당시로 소급하여 서면 요건을 갖춤으로써 유효하게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추인의 논리 역시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침해책임 면제를 위해서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 필요
저작물이 공동저작물인 경우에 화해나 면책 합의는 모든 공동저작권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고,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화해나 면책 합의는 저작물 전부가 아니라 그 1인에 대하여 그가 가진 지분 범위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라는 판단을 항소법원이 내렸다..

[시사점]
1. 저작물 이용 전에는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허락만 받아도 저작물 이용 가능
이 판결은 타인의 저작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 사용허락을 받아두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을 높여 주었다. 저작물을 아직 사용하기 전이라면 공동저작자 중 1인의 허락만 받으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2.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한 이후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화해나 면책 가능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사전 이용허락은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동의만 받으면 되지만, 저작물을 동의 없이 이미 이용한 이후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만 화해나 면책 합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3. 사전 이용허락의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저작권자 또는 공동저작권자의 1인의 이용허락이 저작물 이용 전에 있었는지 후에 있었는지의 판단이 저작권 침해 소송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되었다. 사전에 서면 합의를 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면 합의가 지연될 경우에는 사전에 저작물 이용에 관한 구두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반드시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를 들자면 라이센스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저작물을 이용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경우에는 그 동안 협상 결과를 정리하면서 저작권자가 저작물 이용에는 동의하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편지를 저작권자에게 보내두고, 서면 합의에도 과거 침해에 대한 합의부분은 사전의 구두 이용합의를 재확인하는 것임을 명시해 둔다면 사전에 저작물 이용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용허락과 달리 저작권 양도는 미국 저작권법상 서면으로 체결되어야만 효력을 가지고, 사후에 서면으로 추인하더라도 소급효를 가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서면계약을 확보하여야 한다.

by 신영욱, updated 2008-08-16, www.lawnb.com에 최초 게재

Aug 6, 2008

회사 홈페이지상의 공지를 통한 서비스이용계약의 변경


오 랜 전에 가입을 해두고 최근에는 거의 접속하지 않는 한국 웹사이트로부터 약관 변경 고지라는 취지의 제목이 달린 이메일이 날아왔다. 그 사이트는 거의 이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이메일을 휴지통으로 날려 버렸지만, 궁금증이 생겼다. 이메일로 통지가 되었지만 내가 승낙을 하지 않은 약관 변경은 효력이 있을까? 휴면 가입자에 불과한 나로서는 약관 변경이 효력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게는 개정된 약관의 효력 유무가 회사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만일 소비자집단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배상(punitive damage)을 내릴 수 있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체결되는 계약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회사들도 마찬가지인지, 유능한 사내 변호사들을 거느리고 있고 쟁쟁한 로펌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들조차도 허술하게 인터넷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가 그 계약을 둘러싸고 분쟁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가끔 접할 수 있다. Apple, Adobe 같은 회사도 이용계약에 관한 고객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이용계약에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계약을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인터넷을 통한 계약의 변경 문제로 돌아가면, 미국 제9순회재판소(the Ninth Circuit Court)는 Douglas v.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Central District of California 사건에서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에 관해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Douglas 사건의 쟁점은 서비스 제공자가 수정된 계약 조항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만으로 계약을 개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계약의 체결이나 수정을 위해서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통적 계약법 이론에 근거해서, 수정된 계약 조항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행위는 계약수정의 청약(offer)에 해당하고, 상대방의 승낙이 없는 이상 계약 수정은 고객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법원이 판결문의 말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동일한 쟁점에 관해서 연방 항소법원 수준에서 판단이 내려지는 첫번째 사건이었다. Douglas 사건의 실질적 상대편 당사자인 Talk America는 오프라인 장거리전화 서비스 제공자이고, 계약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지만, 계약의 수정을 위한 고지는 Talk America의 회사 홈페이지에서만 이루어진 이 사건은 오프라인 계약을 온라인을 통해 수정하려고 한 사건으로, 최초 계약과 계약 수정이 모두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뒤에서 보듯이 이 판결은 체결과 수정이 모두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법리를 밝히고 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인 Joe Douglas는 America Online(AOL)과 장거리 전화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얼마 후, 실질적 피고인 Talk America는 AOL로부터 장거리 전화 사업을 인수해서 계속 수행하였다. Talk America는 전화 서비스 계약에 4 개 조항을 추가하였다:(1) 추가 서비스 이용 요금, (2) 집단소송에 관한 유보 조항, (3) 중재 조항, (4) New York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조항. Talk America는 수정된 계약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하였다. 하지만, Douglas의 주장에 따르면, Talk America는 개별 통지는 하지 않았다. 계약 수정 사실을 모른 채로 Douglas는 4년간 Talk America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였다.

뒤늦게 일방적 계약 수정 사실을 알게 된 Douglas는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Talk America는 수정된 계약 중에 포함되어 있던 중재조항에 근거해서 중재회부를 신청하였다. 지방법원은 Talk America의 신청을 받아들여, 중재 회부 결정을 하였고, 이 결정에 대하여 Douglas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참고로 말하면, 미국 Federal Arbitration Act는 중재회부신청을 거절하는 법원 결정에 대해서는 중간 불복(interlocutory appeal)을 허용하지만, 중재회부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중간불복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는 항소가 아니라,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에 중재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라는 명령을 하는 직무집행명령(writ of mandamus)을 신청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판결의 피고는 실질적 피고인 Talk America가 아니라, 중재 회부 결정을 내린 법원이 되었다.
제9 순회법원은 Douglas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전통적 계약법 이론에 근거해서 Douglas는 수정된 계약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수정된 계약의 효력은 Douglas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밝혔다. (1) 계약의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고, 다른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 Talk America가 말하는 수정된 계약의 게시는 계약 수정에 관한 청약(offer)에 불과하고, 상대방이 승낙할 때까지 상대방을 구속하지 못한다. (3) 다른 상대방이 수정된 계약 내용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계약 수정에 관한 청약은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사점]
이 판결은 유사한 사건의 해결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지만, 한편으로 여러 미해결 과제들을 남겨 두고 있다.

  • 웹사이트상 계약수정 내용 고지를 통하여 계약이 수정될 수 있다는 사전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

Douglas 사건에서 원 계약에는 웹사이트 고지를 통해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Douglas 사건은 엄밀히 보면, 계약의 수정 방법에 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건이다.

만 일 개정전 계약에 사업자는 그 웹 사이트에 수정할 계약 내용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 사건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사전 합의에 따른 계약 수정이 아마도 일정 범위에서는 유효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유효하게 상대방을 구속하지는 못한다. 사전에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로 개별 통지를 대신한다는 합의 자체를 모두 무효라고 할 수 없겠지만,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는 불완전한 고지방법임을 부정할 수는 없고, 계약 수정에 대한 '동의'를 충분히 대신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계약 수정 공지가 웹사이트 속에서 찾기가 어렵게 배치되어 있거나, 관련되는 서비스의 속성상 고객이 웹사이트에 자주 접속하지 않는다거나(Douglas 사건에서와 같이, 전화 서비스 이용자가 통신사업자의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계약수정 공지를 확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경되는 계약 내용이 고객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조항일 경우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의 사전 합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계약 수정이 상대방을 구속하는 효력이 인정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사전 합의된 계약 수정 방법의 유효성에 관해서는 Sandra L. Badie v. Bank of America 사건을 참고해 볼 수있다. 이 사건은 은행이 신용카드 가입 고객에게 계약수정 내용을 우편으로 통지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합의가 사전에 있었고, 은행이 그 합의에 따라 우편 통지를 통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하여 그 수정된 계약의 유효성이 다투어진 사건이다. 즉 이 사건은 Douglas 사건과 달리 고객에게 우편을 통해 실제로 개별 통지가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전 합의에 따라 우편 통지를 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인 계약 수정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계약 수정 권한은 신의와 공평의 원리에 따라 제한을 받고(constrained by the covenant of good faith and fair dealing) 계약 상대방이 계약 체결 당시에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벗어난(not within the reasonable contemplation of the parties when the contract was entered into) 수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 어떤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가?
Douglas 사건에서 웹사이트 고지를 통한 일방적 계약 수정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많은 소비와 구매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대에서 소비자를 일일이 찾아가 동의를 받아 계약 내용을 수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100% 동의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온라인을 통한 계약 수정은 편리할 뿐 아니라 불가피하지만,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터넷 서비스나 인터넷의 이용은 그 서비스의 내용이나 방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방법만 유효한 계약 수정방식이라고 고집할 수 없다. 대부분의 온라인을 통한 거래에서 사업자들은 오프라인으로 고객에게 계약 수정을 통지를 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주소 등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못고, 전자우편 주소를 알고 있더라도 전자우편 주소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고객이 그 전자우편 계정으로 도달하는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온라인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을까? 각 서비스의 특성, 고객의 특성, 웹사이트의 특성 등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 볼 수 밖에 없다. 아래에서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서 도입해 볼 수 있는 계약수정 방법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
    • 로그인이 없이 이용하는 서비스
사용자 등록이나 로그인이 필요없는 서비스는 사업자가 홈페이지에 서비스 이용조건(terms of use)을 게시하고, 고객의 이용은 그 이용조건에 따른다고 명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객이 그러한 이용조건의 승락할 경우에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이용조건이 구속력을 갖는다. Douglas 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이러한 서비스의 경우에도 적절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계약수정 내용이 명확히 고지되어야만 계약수정이 유효하다.

계약 수정을 게시할 때는,최종 개정일자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개정된 이용조건 내용의 전부 또는 중요 요지를 개정일자별로 정리해서 게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용조건에 매번 방문시마다 별도의 새로운 이용계약이 성립한다는 점을 규정한다면, 종전 계약의 적절한 고지 없는 수정이라는 공격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등록,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
등록,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는 반복되는 로그인 과정에서 이용계약 수정 사항에 관한 동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수정을 통지하거나 동의를 얻기가 비교적 쉽다. 또 사업자가 이용자의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사업자는 이용계약 속에 로그인 과정에서 동의를 받거나, 이메일을 통해 계약 수정 사항을 통지할 수 있다는 계약수정 방법에 관한 조항을 두고, 기술적으로는 쿠키를 심거나 접속 정보를 보관하는 등 사용자가 새로운 이용계약에 동의하였다는 점을 확인, 보존, 추적할 수 있는 조치를 개발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 오프라인 서비스의 홈페이지
Douglas 사건이 오프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계약 수정 통지가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런 오프라인 서비스의 이용자는 많은 경우에 사업자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이유가 없거나, 매우 드물게 접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웹사이트 상의 고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프라인 상에서 개별 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Bandie 사건에서 법원은 일방적으로 변경된 계약 조건이 원래 합의된 사항과 관련이 있어서 고객이 변경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앞선 판결례들을 인용하면서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개별 승낙을 받으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편 등을 이용한 개별 통지를 해야 한다. 명시적 승낙을 받지 못하였더라도 실제로 통지가 이루어지고, 그 통지 이후에도 고객이 이용을 계속한다면, 계약 조건 변경을 알고서도 이용을 계속하는 행위가 묵시적 동의를 의미한다는 주장을 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Douglas 사건에서는 Douglas가 개별 통지를 받았다는 입증이 없었기 때문에, 개별 통지를 전제로 하는 이 방어방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별 통지가 이루어졌더라도 고객의 기대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신의와 공정성을 위배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험을 거쳐야 구속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다.
    • 웹사이트 운영정책의 변경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은 개인정보보호정책, 저작권보호정책과 같은 서비스운영과 갈은 정책을 이용계약과는 별도로 수립하여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계약과는 별도로 작성, 운영되고, 계약이라는 제목 대신에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정보, 사생활과 같은 고객의 중요한 권리나 이익에 관해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대 이익을 해치거나, 통지-동의라는 계약 수정 절차를 회피하려고 정책의 형태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다[State v. San Francisco Sav. etc. Soc.(1924) 66 Cal. App. 53 참조, 은행고객과 맺은 계약에 은행은 정관세칙(bylaw)을 고객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더라도, 휴면계좌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정관세칙 개정은 고객에 대해 휴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