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7, 2009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의 저작권 침해 문제

기술 발전은 인간 활동의 한계를 계속 넓혀 주고 있지만, 법률 문제에 있어서는 회색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술 발전이 만든 법률의 회색 영역에서 합법과 불법의 선을 어디에 긋느냐는 미래에 이루질 기술발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만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래에서 언급되는 Sony Betamax 사건에서 소니가 만든 VCR(video cassette recorder)을 이용해 가정에서 방송을 녹화, 재생하는 것이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 VCR은 아예 사라졌거나, 일부 기능이 제거된 VCR만 허용되었을지 모른다. mp3 player는 아예 등장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컴퓨터에서 음악이나 비디오를 저장, 재생하는 기능도 제약을 많이 받아야했을지 모른다.

여기 기술 발전이 새로운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다. 미국 New York주 등에서 케이블방송 사업을 하는 Cablevision의 중앙서버 저장식 디지털 비디오 저장장치(remote storage digital video recorder, RS-DVR)가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Cablevision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이용자가 비디오 테이프에 방송을 녹화하듯이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선택하여 Cablevision의 중앙서버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단순화하면 VCR과 웹하드의 결합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서비스에 관해 제기된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2심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는데, 지금 미국 대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 원고측 진영에 21세기 Fox사,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 NBC방송국 등 미국의 주요한 방송사들이 거의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작권자 진영이 이 기술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시사해 준다.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의 개요

기존의 보편적인 비디오 녹화 장치는 비디오 테이프에 방송을 녹화하는 VCR이었다. 디지털 방송이 등장하면서, 가정에서 방송을 비디오 테이프 대신에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는 장치가 등장하였다(Digital Video Recorder, DVR). DVR에는 케이블방송사업자가 가입자 가정에 설치되는 셋톱박스 내부에 하드디스크를 탑재하여 제공하는 내장형이 있고, 특정 방송서비스와 관계 없이 셋톱박스 외부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외장형이 있다.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는 비디오가 각 가정에 설치된 내장형 또는 외장형의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케이블방송사업자가 관리하는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 녹화한 방송을 볼 때는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중앙서버에서 보내주는 신호를 케이블을 통해 받아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DVR 장치와 다르다. 케이블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는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 VOD)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케이블 방송사가 선정해 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대상 방송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자신이 미리 서버에 저장해 둔 비디오를 재생해서 본다는 점에서 구별된다(판결문 7~9쪽). 또 이용자는 DVR장치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방송회사에 월간 서비스이용료를 납부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보통 케이블방송신호는 케이블방송사업자로부터 가입자에게 흐르는 단일한 신호이고, 가입자는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는 신호를 받아서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Cablevision은 중앙 서버에 방송을 저장하기 위해서 하나로 흐르던 케이블방송신호를 두 개의 흐름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전통적인 케이블방송처럼 가입자가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하게 하기 위한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서버에 방송을 저장하기 위한 방송신호의 흐름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두 번째 방송신호의 처리이다. 두 번째 방송신호는 광역 미디어 라우터(Broadband Media Router, “BMD”)라고 하는 기기로 흘러 들어가고, BMD는 신호를 Arroyo Server라고 불리는 서버로 보내준다. Arroyo Server에 들어온 데이터의 흐름 전체는 1번 버퍼(primary ingest buffer)로 들어간다. 1번 버퍼 단계에서 Arroyo Server는 자동적으로 가입자가 그 프로그램의 저장을 요청하였는지를 확인한다. 만일 가입자가 특정 방송 프로그램의 저장을 요청하였으면, 그 방송 프로그램을 담은 데이터는 1번 버퍼로부터 2번 버퍼로 이동한다. 1번 버퍼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방송 데이터가 들어오는데, 새 데이터가 들어오면 새 데이터의 용량만큼에 해당하는 기존 데이터가 삭제되고, 그 자리에 새 데이터가 저장된다. 가입자가 방송 저장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버퍼에서만 데이터의 임시저장(buffering)이 이루어진다.

저작권의 직접 침해만 쟁점이 됨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4년 소니사가 개발한 VCR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방송을 나중에 볼 수 있도록(time-shifting) VCR에 녹화,저장하는 행위는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고, VCR 제조회사는 개별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간접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Sony Betamax 사건, Sony Corp. of America v. Universal City Studios, 464 U.S. 417 (1984)). 외장형과 내장형 DVR은 모두 영상물을 비디오테이프대신에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에 불과하므로, Sony Betamax 판결에 따를 때 내장형과 외장형을 막론하고 DVR 기기 제작자는 개별 이용자가 저작권 침해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에서는 케이블방송사업자가 보유, 관리하는 중앙서버에 비디오 데이터가 저장되고, 저장된 비디오를 이용자가 요청하면 케이블방송사업자가 케이블을 통해 전송해 주므로, 서비스제공사업자가 비디오의 복제, 재생에 관여하는 방식과 정도가 달라지고 소니 판결이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한 저작권자들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Sony Betamax 사건에서 이미 결정이 내려진 쟁점을 피하기 위해 원고 측은 저작권의 직접 침해만 주장하고, 간접 침해(contributory infringement)는 주장하지 않았으며,피고도 공정 이용(fair use)에 기반한 방어방법은 유보를 하였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서비스가 원고들의 저작권을 직접 침해하는지만 법적 쟁점이 되었다.

1심 법원은저작권 직접 침해가 성립한다고 판결

1심 법원은 (1) Cablevision은 비디오를 버퍼에 일시적으로 저장함으로써 저작물을 복제하고, 원고들의 복제권을 직접 침해하였고, (2) Cablevision은 비디오를 Arroyo 서버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함으로서 다시 한번 원고들의 복제권을 직접 침해하였으며, (3) 비디오를 Arroyo 서버 하드 디스크에서 가입자에게로 전송해 줌으로써 원고들의 공연권을 직접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판결문 9~10쪽).

항소 법원은 저작권 직접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

버퍼에의 일시적 저장은 복제에 해당하지 않음(판결문 13~21쪽)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려면 저작물이 (1) 임시적 저장 이상의 시간 동안(기간 요건, duration requirement) (2) 매체에 고정(고정 요건, embodiment requirement)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한다. Cablevision의 버퍼는 매체에 해당하므로 고정 요건은 충족한다. 그러나 기간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한번에 저장되는 데이터는 전체 비디오가 아니라,전체 비디오 중 작은 일부분이고, 데이터가 각 버터에 저장되는 시간은 1.2초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장된 데이터의 조각은 1.2초 미만의 시간동안 잠시 저장되었다가 자동적으로 삭제되고, 그 다음 데이터의 조각이 그 자리에 저장되며, 그러한 과정이 순간적으로 반복하여 이루어진다. 원고들은 Cablevision이 비디오를 하드 디스크로 옮겨 저장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동안 버퍼에 저장되므로 그 정도 시간이면 기간 요건을 충분히 충족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1.2초 미만의 시간동안 전체 데이터의 일부만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임시 저장 이상으로 저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앙서버 하드디스크에 이루어진 저장을 Cablevision이 행한 복제라고 할 수 없음

중앙서버 하드디스크에 이루어진 복제에 관해 문제되는 쟁점은 ‘누가’ 복제를 한 것이냐는 문제였다. 1심법원은 Cablevision이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결정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중앙서버를 비롯한 저장장치를 소유, 관리하고있으며, 이용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Cablevision이 복제에 대한 직접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Cablevision이 상당한 통제권을 보유, 행사하고 있지만, 그 권한은 제한적이고 Cablevision에게 직접 저작권 책임을 물을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즉, Cablevision은 이용자가 디즈니채널을 볼 수 있도록 설정할 수는 있지만 그 채널에서 방영되는 방송의 내용은 결정하지 못한다. 한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서 케이블방송사는 그 서비스에 제공할 방송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선정하고, 서비스 이용방법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반면에,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에서 서비스제공사업자가 가지는 방송에 대한 통제권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 비해서 현저히 약하다. 1심 법원이 직접 책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방송 및 저장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 이용자들과 지속적인 관계와 같은 사정들은 직접 책임의 근거라기 보다는 간접 책임의 근거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에서 개별 이용자가 복제를 하는 것이지, Cablevision이 복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소법원은 판단하였다.

재생을 위한 비디오의 전송은 공연에 해당하지 않음[1]

영상 저작물의 재생이 공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송되는 그 저작물을 수신하여 시청할 수 있는 이용자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영상 저작물이 대중에게 공연되는지 여부는 실제 시청자가 아니라 잠재적 시청자의 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시청자들이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에 저작물을 볼 수 있어도 무관하다. 하지만 잠재적 시청자의 범위는 전송자가 동일한지 여부와 전송되는 신호의 출처가 무엇인지에 따라 제한된다. 따라서 동일한 영상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방송을 실시하는 방송사업자가 다르거나, 별개의 복제본을 이용하여 방송이 이루어진다면 잠재적 시청자의 범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에서 개별 가입자는 각자 자신에게 할당된 저장공간에 방송물을 저장하고, Cablevision은 각 가입자가 녹화한 비디오 데이터를 그 가입자에게 개별적으로 전송하며, 전송되는 비디오는 그 가입자만이 재생할 수 있으므로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를 통한 저장된 방송물의 전송과 재생이 ‘공중’을 위한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판결의 시사점과 영향

이 사건 판결에 저작권자 진영과 기술 진영이 모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 사건의 결과가 음악, 영화, 방송, 인터넷,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이 사건 당사자들뿐 아니라, 여러 단체들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기술진영에서는 Cablevision에 대한 직접 책임 인정이 데이터의 중앙 저장과 네트워크를 통한 접속에 기반한 기술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방해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보를 개인의 PC, DVR 등 개별 기기가 아니라 중앙 서버에 저장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네트워크로 접속할 수 있고, 상호간에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기술과 서비스는 현재 정보산업의 중요한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높은 단계의 기술과 서비스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는 중앙서버에 저장된 영상물을 직장, 여행지 등 전세계 어디서나 비디오 테이프나 하드 디스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시청하거나, 다른 기기로 다운로드하거나 DVD로 구울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이 가능하다. 기술진영은 Cablevision에게 저작권 직접 책임이 인정되면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피고를 지지하는 비당사자들의 의견서 21쪽 이하).

한편 저작권자 진영에서는, 중앙서버 저장식 DVR 서비스는 일종의 새로운 영상저작물 유통방법인데, Cablevision이 저작권자에게 절적한 추가 보상을 지급하지 않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009년 1월 12일 미국 법무부에 이 사건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하였다. 변화를 주창하면서 등장한 Obama 정부가 이 사건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사건 정보

당사자
· 원고: the Cartoon Networs LP, LLP, Cable News Network L.P., L.L.L.P.,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Universal City Studio Production LLLP,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Disney Enterprises Inc., CBS Broadcasting Inc., American Broadcasting Companies, Inc., NBC Studios, Inc.,
· 피고: CSC Holdings, Inc., Cablevision Systems Corporation
· 원고 보조참가: Turner Broadcasting System, Inc., Cable News Network LP, LLP, Turner Network Sales, Inc., Turner Classic Movies, L.P., LLLP, Turner Network Television LP, LLLP

1심 판결
· 판결원문: Twenties Century Fox Film Corp. v. Cablevision Sys. Corp., 478 F.Supp. 2d 607 (S.D.N.Y. 2007)
· 법원: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Judge Denny Chin
· 판결: 원고 승소
· 판결형태: summary judgment
· 요지: 피고 Cablevision의 RS-DVR 시스템은 원고들의 복제권(reproduction) 및 공연권(public performance)을 침해한다. Cablevision은 저작권자들의 허락 없이 RS-DVR 시스템을 운영하여서는 아니된다.

2심 판결
· 판결원문: 판결원문
· 법원: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Second Circuit
· 선고일: 2008. 8. 4.
· 판결: 원심판기(피고 승소),
· 요지: 원심의 summary judgment 파기, 중지명령 취소, 원심법원으로 환송

3심 계속중
· 법원: United States Supreme Court
· 사건명: Cable News Network, Inc., et al., Petitioners v. CSC Holdings, Inc., et al.
· 사건번호: 07-1480-cv, 07-1511-cv
· 진행상황: 2009. 1. 12. 미 법무부의 의견 요청 (미연방대법원 사건 정보 참조)

· 기타 각종 의견서 등은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사이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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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저작권법17 U.S.C. §101은public performance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To perform or display a work “publicly” means—
(1) to perform or display it at a place poen to the public or at any place where a substantial number of persons outside of a normal circle of a family and its social acquaintances is gathered; or
(2) or transmit or otherwise communicate a performance or display of the work to a place specified by clause (1) or to the public, by means of any device or process, whether the member of the public capable of receiving the performance or display receive it in the same place or in separate places and at the same time or at different times.

Jan 21, 2009

IBM, 반경쟁적 끼워팔기로 EU경쟁위원회에 신고 당해

미국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메인 프레임 컴퓨터 제조회사인 T3가 2009년 1월 20일 유럽 경쟁위원회에 IBM을 유럽 반독점법위반으로 공식 신고[i]하였다고 한다. T3가 주장하는 IBM의 법위반 혐의는 IBM이 메인프레임과 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끼워팔고, 경쟁자회사들에게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 이용허락을 거절하였다는 내용이다. T3는이미 미국에서 IBM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 유럽에서도 추가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기업, 정부, 연구소 등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이다. IDC 보고서에 의하면 IBM은 IBM호환형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9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T3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IBM가 제조한 메인프레임을 판매해 오다가, 2000년부터는 tServer와 Liberty 등 독자적인 메인프레임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해 오고 있다. T3는 2006년까지 매년 1~2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IBM의 반경쟁적 행위 이후에 매출이 급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상되는 쟁점들

  • 유럽경쟁위원회는 Microsoft에 대하여 Windows Media Player, Windows Media Service 그리고 Internet Explorer를 끼워팔았다는 혐의로 제재를 내린 바 있다. PC와 메인프레임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메인프렘임과 메인프레임용 소프트웨어가 별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강제성이 인정될지 등이 큰 쟁점일 것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Internet Explorer 사건이나 EU에서 벌어진 Windows Media Player 사건을 보면, Microsoft가 끼워팔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다른 회사들이 인터넷 브라우저와 미디어 플레이어를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았고, Microsoft는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뛰어들어 윈도우즈 운영체제에 인터넷 브라우저, 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팔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끼워팔기가 시작되었다. 기술적으로도 윈도우즈 운영체제는 인터넷 브라우저나 미디어 플레이어가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별개 제품임이 입증되었다.
  • 일반적으로는 경쟁법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에게 라이센스를 제공할 의무는 없고, IBM 입장에서 라이센스 제공 거절을 정당화할 사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T3는 이에 대하여 라이센스 제공거절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고, 반경쟁적 의도에서 기인한다는 점 등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T3의 보도자료
  • T3가 메인프로임시장 경쟁 에 관해 정보교류와 의견교환을 위해 개설한 웹사이트인 Open Frame http://openmainframe.org/
  • T3가 유럽경쟁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 2009 T3 European Commission Complaint

    [i] 신고를 접수받은 유럽 경쟁위원회는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심리와 결정을 내리지만, 3자가 법 위반자를 신고하더라도결정을 내릴 의무는 없다.

Jan 19, 2009

인터넷상 익명성의 보호에 관한 미국 동향


회사나 개인들이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쓴 댓글이나 블로그로 인해 신용이나 명예를 손상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글쓴이의 신원을 알지 못하더라도 한국에서는 피해자들이 형사고소를 하면, 강제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익명의 글쓴이를 찾아내어 처벌이 가능하다. 한국과 달리[1]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이 형사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개인이 과연 익명의 글쓴이를 찾아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익명의 글쓴이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간단히 답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1. 피해자는익명의 글쓴이를 ‘무명인(John Doe)’으로 표시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원고들은 흔히 웹사이트 운영자에게도 동시에 소송을 제기하지만, 미국Communication Decency Act(CDA)상의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 interactive computer service)에 해당하는 인터넷 회사는 제3자가 작성, 게시한 글에 대해서 민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2. 원고인 피해자는 discovery 절차를 이용해서 웹사이트 운영회사, 인터넷 접속 서비스 회사 등(이하 편의상 “인터넷회사”라고 한다)을 상대로 글쓴이의 가입자 정보 또는 IP주소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한다.

3.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인터넷회사가 신상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불복하면, 법원이 강제로 인터넷회사에게 신상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 원고는John Doe 소송제도와discovery 절차를 이용

한국법상으로 원고는 소장에 피고를 특정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49조), 민사소송 절차에서 피고나 제3자에게 증거의 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미약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원고가 글쓴이의 신원을 알지 못하면 피고를 무명인 즉 John Doe으로 표시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증거조사 절차인 discovery 절차에서 인터넷 회사로 하여금 글쓴이의 신상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Discovery 절차에서 피고의 신원을 알아내면, 그 때 가서 피고 경정을 통하여 글쓴이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discovery 절차에서 자료제출을 요청받은 소송 상대방이나 제3자는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여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송 원인과 무관한 자료의 제공 요청, 과중한 부담을 주는 자료제공 요청, 보호 가치 있는 사생활에 관한 자료제공 요청, 변호사 자문 내용(attorney-client privilege) 의 제공 요청 등이 자료제출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종국에 가서는 법원이 거부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여 법원의 명령으로 자료 제공을 강제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 법원은 글쓴이의 익명의 자유를 고려하여, 자료제출 강제 여부를 신중히 결정

미국에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서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가 보장된다는 입장이 확고히 정립되어 있다. 익명의 자유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판시 내용 가운데 주요 부분을 짧게 인용해 보겠다.

"익명의 발행되는 팜플렛, 리플렛, 브로셔, 그리고 익명으로 출판되는 도서는 인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위대한 문학작품들은 종종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출판되었다. 작품 창작자의 정체에 관해서 독자들은 궁금해 하고, 대중들도 관심을 가지지만, 일반적으로 창작자는 자신의 신원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자유로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법원은 경제적인 또는 공적인 보복에 대한 우려, 사회적 따돌림에 대한 염려, 또는 단순히 창작자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해 주려는 배려 등을 동기로 하여 익명성을 보호하는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 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 최소한 문학 저작물의 영역에 있어서, 익명의 저작물이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으로 진입하도록 보장해 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창작자 실명의 공개를 저작물의 공표를 허용하는 전제조건으로 요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창작자의 익명으로 남기로 한 결정은, 공표하는 저작물의 내용에 어떤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결정이나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일부이다." McIntyre v. Chic Elections Comm., 514 U.S. 341~42(1995)

익명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글쓴이의 신상정보 제출을 요청받은 웹사이트는 글쓴이가 가지는 익명의 자유를 근거로 discovery 요청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가 가지는 discovery에 대한 권리와 익명의 자유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이익을 전반적으로 감안하여, 자료제출을 강제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현재 미국에서 어떤 경우에 신상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지에 관한 통일된 법적 기준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 보호를 상당히 중시하여 원고로 하여금 청구원인과 discovery에 관한 이익을 충분히 소명하도록 하는 추세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원고에게 높은 정도의 소명을 요구한 판결례

원고에게 높은 정도의 소명을 요구한 판결례들은 인터넷 회사로 하여금 게시물 작성자의 신상 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기에 앞서, 원고로 하여금 실질적이고 설득력 있는사실과 법률적 주장을 증거와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원고는 작성자가 한 표현의 내용, 원고가 입은 손해의 내용과 정도 등 각 법률요건을 피고의 summary judgment 신청을 기각하여야 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거를 통해 소명하여야 한다. 다만 작성자의 신원, 작성자의 악의(malice)나 과실 등과 같은 작성자의 신상을 파악하여만 주장할 수 있는 사실들은 소명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적인 사건은 Delaware주 대법원이 결정한 Cahill v. Doe 사건이다. Doe v. Cahill, 884 A.2d 451 (Del. 2005) 사건의 사건 요약판결문 참조.

일부 법원은 앞서 말한 summary judgment 기준심사에 그치지 않고, 더나아가 그 다음 단계로 원고의 청구권 및 신상 공개의 필요성과 작성자가 가진 표현의 자유를 비교형량 한 후에, 원고가 가진 이익이 우월할 경우에만 자료제출을 강제하여야 한다는,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Dendrite International v. Doe, 775 A.2d 756 (N.J. App. Div. 2001)의 사건요약판결문; Mobilisa v. Doe, 170 P.3d 712 (Ariz. Ct. App. 2007)의 사건 요약판결문 참조.

  • 원고에게 낮은 정도의 소명만을 요구한 판결례

원고에게 낮은 소명만을 요구하는 판결례들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증거로서 뒷받침할 것까지 요구하지 않거나, 요구하더라도 낮은 정도의 소명만을 요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다만, 그 낮은 정도의 소명이 어느 수준인지에 관해서는 법원마다 입장이 다르다. 원고의 주장이 선의(good faith)이고,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 아님을 소명하기만 충분하다고 하는 선의의 주장 기준[In re Subpoena Duces Tecum to America Online, 2000 WL 1210372 (Vir. Cir. Ct. Jan. 31, 2000) 사건요약판결문], 청구원인 요건사실을 빠짐없이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는 취지의 소각하("motion to dismiss") 기준[Columbia Insurance v. Seescandy.com, 185 F.R.D. 573 (N.D. Cal. 1999) 판결문], 일응 타당한(prima facie) 주장을 하면 충분하다는 일응 타당성 기준 [Sony Music Entertainment v. Does 1-40, 326 F.Supp.2d 556 (S.D.N.Y. 2004) 사건요약판결문; Public Relations Society of America v. Road Runner High Speed Online, 799 N.Y.S. 2d 847 (N.Y. Sup. Ct. 2005) 사건요약판결문; Alvis Coatings v. John Does One through Ten, 2004 WL 2904405 (W.D.N.C. 2004) 사건요약판결문] 등이 낮은 정도의 소명만을 요구한 판결례에 속한다. 낮은 소명만 요구하는 판결례들도 실제 판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증거 제출을 요구하거나, 주장만이 아니라 증거에 의존해서 판단하기도 한다고 한다.

  • 결론

익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작성한 글에 의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미국법상 무명인, 즉 John Doe를 피고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discovery 절차를 통해 인터넷회사를 상대로 해서 작성자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시도할 수 있다.

인터넷회사가 신원 공개 요청에 불복할 때, 언제 익명의 인터넷 이용자의 신상 공개가 강제되는지에 관한 미국내의 통일적 기준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과 증거의 설득력, 원고가 입은 손해의 내용과 정도, 문제되는 표현의 내용과 성격 등을 기초로 원고와 피고의 이익을 모두 고려한 후에 신원공개의 강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99년과 2000년에 선고된Columbia Insurance v. Seescandy.com 사건과 In re Subpoena Duces Tecum to America Online 사건에서는 거의 원고의 주장만에 근거하여 쉽게 신원 자료 공개를 강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판결례들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터넷상 익명성의 자유에 상당한 배려를 하여 원고에게 피고의 신원과 관련이 있는 사항을 제외한 요건들에 관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주장과 입증을 한 경우에 한하여 신원공개를 강제하는 추세라고 이해된다.

[1]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만 인정해 줄 것인가 아니면 형사상 처벌까지 가할 것인가는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 Article 19: Global Campaign For Free Expression이라는 단체에서 각 나라의 명예훼손에 관한 입법실태실제 처벌실태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를 보면,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형법을 가진 나라들을 많이 있지만, 대다수의 나라들이 실제로는 명예훼손을 처벌한 예가 2년 이상의 기간동안 전혀 없거나 4건 미만 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한국은no data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2005년 1월에서 2007년 8월까지 기간동안 5명 이상이 처벌받았음이 분명하다. 자료가 공개되었더라면 중국, 필리핀, 이란 등의 나라와 함께 ‘빨간색’으로 5명 이상 처벌한 국가로 표시될 뻔했다. 한국에 칠해졌어야 하는 빨간색의 의미는아마도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라는 의미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Jan 15, 2009

EU, Standard & Poor’s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 공식 개시

EU집행위원회가 200년 1월 12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Standard & Poor’s(S&P)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공식조사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사대상 혐의는 S&P가 미국 증권식별번호(ISIN) 발행기관으로서 가지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 미국 증권식별번호(ISIN) 이용권과 자신이 보유하는 관련 증권정보를 끼워팖으로써EC협약 82조 위반으로서 하였는지이다.

이번 조사 발단의 금융기관과 자산관리회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기관협회들의 신고라고 한다.

* 혐의내용

증권식별번호(ISIN)은 국제표준협회(ISO)가 전세계 시장에서 발행되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증권을 식별할 목적으로 개발한 식별번호 체계이다. ISIN은 해당 증권이 발행되는 각 나라의 식별번호발행기관(the National Numbering Agency, NNA)이 부여하는데, S&P는 미국의 유일한 ISIN 발급기관이며, 증권 발행 회사들로부터 증권발행에 관한 정보를 직접 전달받는 유일한 기관이다. S&P는 증권발행회사들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데이타 베이스를 구축하고(S&P ISIN database), 그 정보를 Bloomberg나 Reuters같은 증권정보 제공회사에게 판매한다. 증권 정보 제공회사들은 S&P로부터 받은 정보에 다른 정보들을 추가하고 가공한 정보를 금융기관들에게 판매한다. 금융기관들이 증권정보 제공회사들로부터 증권에 관한 정보를 받을 때는 증권을 특정하기 위해서 ISIN 번호를 사용하는데, 이와 같은 ISIN 사용에 대해 S&P는 금융기관들에게 사용료를 부과한다. 이 지점에서 S&P는 ISIN 번호 자체뿐 아니라, 그에 관한 정보까지도 끼워팔다는 것이 금융기관들의 주장이다.

S&P를 신고한 금융기관들은, 금융기관들은 S&P의 증권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은 증권정보 제공회사의 정보를 구입하므로, 증권을 특정하기 위한 ISIN번호만 필요할 뿐 ISIN 정보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S&P가 ISIN번호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ISIN번호 자체에 ISIN 정보 서비스를 끼워팔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구입을 원하지 않는ISIN 정보 사용료까지 어쩔수 없이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더나아가 금융기관들은, S&P가 증권정보제공서비스회사들에게 압력을 넣어서 만일 금융기관이 S&P와 미국 ISIN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그 금융기관이 미국 증권에 대한 데이타베이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압력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 관련조항

EC협약 82조의 끼워팔기 조항은 EU가 20004 년 3월 Microsoft에게 4억 9700만 유로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였던 바로 그 조항이다.

EC 협약 82조

Any abuse by one or more undertakings of a dominant position within the common market or in a substantial part of it shall be prohibited as incompatible with the common market in so far as it may affect trade between Member States.

Such abuse may, in particular, consist in:

(a) directly or indirectly imposing unfair purchase or selling prices or other unfair trading conditions;

(b) limiting production, markets or technical development to the prejudice of consumers;

(c) applying dissimilar conditions to equivalent transactions with other trading parties, thereby placing them at a competitive disadvantage;
(d) making the conclusion of contracts subject to acceptance by the other parties of supplementary obligations which, by their nature or according to commercial usage, have no

Jan 12, 2009

미국의 시간당 변호사보수 제도 사라질까?

미국에서는 시간당 보수 제도(hourly rate) 한국에서보다 훨씬 보편적인 변호사 보수 책정방법이다.   한국에서 소송사건은 보통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누어 변호사 보수를 책정하지만, 미국에서는 소송사건에서도 변호사들이 시간당 보수만을 받거나, 시간당 보수에 더하여 승소하였을 성공보수금을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와 같은 관행이 정착된 배경을 필자는 알지 못하지만, summary judgment motion 같은 각종 motion 제도, discovery, 배심원 재판 제도 등을 가진 미국에서는소송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변호사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지 미리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소송물 가액을 중심으로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책정하기는 어렵다는 사정이 하나의 이유라고 추측하고 있다(시간당 보수제도의 역사, 실태, 대안 등에 관해서는 미국변호사협회(ABA) 2002 보고서 참조, ABA Commission on Billable Hours Report, 2001-2002).

그런데 단순히 소속 변호사 수나 규모가 아니라 업무능력 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 중의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Cravath, Swaine & Moore LLP 총괄변호사(presiding partner)Evan R. Chesler 2009 1 12일자 Forbes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시간당 보수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고 나서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Forbes 원문).  

Chesler 시간당 보수의 불합리성으로 시간당 보수가 실제 투여된 비용이나 일의 품질과 합리적 상관 관계가 없다는 , 소요되는 비용을 미리 예상하거나 통제할 없다는 , 일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 과다한 보수 발생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된다는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시간제 보수의 대안으로서,Chesler 합리적인 기간 예를 들면 3개월 단위로 변호사에게 위임하는 업무의 범위, 성격, 목표 등을 정하여 보수를 합의하고, 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보수 협상을 하며, 일정한 성공보수를 결합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미 대안적 보수 방식은 시도되고 있다. Cisco 연간 법률관련 예산의  70~75% 시간당 보수가 아닌 보수체계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Wall Street Journal 2007. 5. 2. 보도 blog).    로펌들 가운데도 대안적 보수제도를 시도하는로펌들이 등장하고 있다.  Shepherd Law Group이라는 로펌은 시간당 보수를 금지하고, 대신 연간 정액제나 수임사건당 정액제를 전면 채택하였다고 한다.   Ford & Harrison 라는 로펌은 초임 변호사들은 고객에게 청구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에 교육과 훈련을 위한 시간을 늘리도록 함으로써 초임 변호사들이 billable hour 목표 달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능력개발에 힘쓸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당 보수가 완전히 사라지고 대안적 보수 체계가 전면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적 보수 체계를 선호하는 회사들도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반독점법 사건과 같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여전히 시간당 보수로 사건을 위임하고, 주로 정형적이고 예측가능성이 높은 일들에서 대안적 보수 체제를 선택한다고 한다.     필자도 정액제 보수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협상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예상되었던 일의 범위와 실제 투입한 노력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면 고객과 변호사 간에 분쟁이나 업무의 차질이 발생할 있기 때문에 대안적 보수체제가 시간당 보수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예를 지난 글에서 소개한 Wachovia 인수를 둘러싼 Citi Bank Wells Fargo Bank 사이의 분쟁과 같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고, 회사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사건에서는 정액제 보수가 적합하지 않을 있다.

Chesler 주장이 새로운 주장이나 시도는 아니지만, 시간당 보수제도의 개혁을 최고의 로펌 Cravath 주장하고 나섰다는 , 시기적으로는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기업들이 법률비용을 줄여야 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등에서 적지 않은 관행의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