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3, 2008

Wachovia 인수를 둘러싼 법률 분쟁의 전개와 쟁점

최근 몇 주간 미국 금융권이 보유한 대출채권 부실로부터 초래된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정부가 긴급구제금융(bailout) 수혈에 나서고,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초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 가운데 법률가들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끄는 뉴스는 Wachovia 인수를 둘러싼 Citigroup과 Wachovia/Wells Fargo의 법정 분쟁이다. Wachovia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이고, Wells Fargo Bank는 미국에서 시가총액기준 미국 3위의 은행이다. 10월 3일부터 주말과 밤낮을 잊고 협상장과 법원을 오가며 엎치락뒤치락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벌어지던 이 경쟁은 10월 9일 Citi가 Wachovia 인수 경쟁에서 물러남으로써 일주일 만에 일단락 되었다.

  • 9월 29일(월): Citi, Wachovia 일부(은행부문)의 216만 달러 인수 합의
  • 10월 3일(금)
- Wells Fargo, Wachovia의 전 사업부문의 1,540만 달러 인수 합의 발표
- Citi, Wachovia와 Citi 사이의 배타적 협상 합의(exclusivity agreement)를 근거로 Wells Fargo, Wachovia에 인수 중단을 요구(Citi 보도자료, 배타적 협상 합의문)
  • 10월 4일(토)
- New York주 지방법원의 Charles E. Ramos 판사는 이날 오후 Connecticut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심리를 열어, 다음날로 만료되는 배타적 협상 조항의 효력을 Citi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 선고 시까지 잠정 연장한다고 결정(결정문)(Citi의 소장은 이날이 토요일이어서 정식 접수되지 못 하고, 다음 월요일에 제출됨)

- Wachovia/Wells Fargo, Citi의 인수협상 방해 금지를 구하는 소송을 New York주 소재 연방법원에 제기
  • 10월 5일(일)
- New York주 항소법원의 James M. McGuire 판사는 이날 오후 ‘New York주’에 소재한 법원 사무실에서 전날 Ramos 판사의 결정을 파기(결정문)

- Ramos 판사는 밤 11시 10분 항소심의 결정에 불구하고 예정에 따라 판결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결정(결정문)

- Wachovia/Wells Fargo가 제기한 소송을 담당한 연방법원의 John G. Koe 판사는 이날 밤 양측에 10월 7일까지 각자의 주장을 제출하도록 명령

- Wachovia 주주들이 Citi를 상대로 Wachovia 매각 방해 금지를 구하는 집단소송을 Wachovia 본사가 소재한 North Carolina주 법원에 제기

  • 10월 6일(월)
- Citi, Wachovia와 Wells Fargo를 상대로 각각 계약위반과 계약이행 방해를 이유로 6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장 정식 제출(Citi 소장)

- 3자는 모든 법률 분쟁을 10월 8일(수) 정오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
  • 10월 8일(수): 3자는 법률분쟁 휴전기한을 10월 10일(금) 오전 8시까지 연장 합의
  • 10월 9일(목): Citi, Wachovia 인수 포기 결정

  • 긴박했던 주말
위 일지에서 보듯이 Wachovia 법률분쟁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월요일에는 휴전이 성사되었다. 토요일 오후 Connecticut주에 있는 자기 집에서 양측 주장을 들은 New York주 법원 Ramos 판사의 결정문은 Citi가 제출한 결정문 초안에 펜으로 ‘찍찍’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고, 결정주문을 손으로 써 넣어 그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결정문. 신청 당사자가 판사는 서명만 하면 되도록 결정문 초안을 제출하는 것 자체는 미국 소송에서 일반적 절차에 따른 것이다). 결국 그 결정은 New York주 밖에서 서명되었기 때문에 무효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그 파기 결정을 내린 항소심 판사는 일요일에 Connecticut주에 있는 집에서 New York주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했다.

한편 연방법원의 문을 두드린 Wachovia/Wells Fargo는 5일(일) 연방법원 판사로부터 위 Ramon가 담당한 사건 심리가 예정된 10일보다 앞선 7일로 심리기일을 받아내는데 성공해서, Citi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배타적 협상 합의
Wells Fargo의 Wachovia 인수 합의가 알려지자, Citi는 Wells Fargo의 인수가 Citi와 Wachovia 사이의 배타적 협상 합의(exclusivity agreement)에 위반되고, 그 거래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개된 합의서에 따르면, Wachovia는 2008년 10월 6일로 합의된 배타적 인수협상 만료시한까지 직접 또는 간접으로 Citi가 아닌 제3자와 인수를 위한 협상이나 합의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배타적 협상을 위반하였을 때는 금지청구가 가능하다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The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Citi와 Wachovia/Wells Fargo 모두 그 대결이 시작된 2008년 10월 3일(금) Bush 대통령이 서명한 2008년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The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의 동일 조항을 법률적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무효인 합의(unenforceability of certain agreements)’라는 제목을 가진 같은 법 126(c)이다. Citi는 Wachovia-Wells Fargo간의 인수합의가, Wachovia/Wells Fargo는 Citi-Wachovia간의 배타적 협상 합의가 각각 위 126(c)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그 무효인 합의의 이행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미국 변호사들도 위 조항의 문언상 의미나 입법목적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정반대의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먼저 Citi는 정부 지도에 따른 부실 금융기관 인수 합의 이후에 제3의 인수자가 뒤늦게 나타나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여 부실 금융기관을 가로채려는 시도를 막음으로써 정부개입을 통한 금융기관 인수합병을 원활히 하는 것이 126(c)의 입법의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Wachovia CEO도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만일 Citi의 인수합의와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Wachovia는 파산신청을 하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하였듯이, 인수합의 이후 Citi는 숨이 멎어가는 Wachovia를 자금지원을 통해 구해 놓았다. Citi의 인수합의 이전에 이미 Wachovia 인수를 검토하였다가 포기한 Wells Fargo가 Citi의 인수합의 이후에 다시 뛰어들어 Wachovia를 가로채는 것은 무임승차이고,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Wachovia/Wells Fargo는 126(c)가 정부지도에 의한 인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언제라도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고 배타적 협상 조항과 같은 합의를 무효화하는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Citi의 인수조건은 낮은 인수가격에 정부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하는 반면, Wells Fargo는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지원도 요구하지 않으므로, 미국 국민과 시장경제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
Wachovia 인수 대결을 보면서,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관한 논란이 재개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지원에 따른 Citi의 인수합의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Wachovia의 숨통을 열어 놓고, Wells Fargo의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정부 개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Citi의 인수가격보다 높은 가격과 정부의 자금지원 없는 인수 조건을 제시한 Wells Fargo의 등장은 금융위기의 최선의 처방은 정부개입보다 기업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향후 법률분쟁 전망
Citi는 일단 Wachovia 인수를 포기하였지만, Citi는 인수를 포기한 바로 그 발표문에서 Wachovia와 Wells Fargo에 대한 계약위반 및 계약이행 방해로 인한 6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iti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배타적 협상 조항의 유효성이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 126(c)와 관련해서 논란이 될 것이다. 배타적 협상 조항이 유효로 판단되더라도 Citi가 손해배상 규모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Citi는 Wachovia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인수조건이 Wells Fargo의 조건보다 나쁜 조건이었음을 묵시적으로 자인한 셈이 되었고, 그렇다면 Wachovia를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전체를 배상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차선으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항목은 변호사비용 등 인수협상을 위해 투여된 비용이다. Citi는 협상결렬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합의를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항목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Citi 측에 유리한 정황도 존재한다. Wachovia의 CEO가 인정하였듯이, Citi의 인수합의와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Wachovia는 파산신청을 하거나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 이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Wachovia가 Citi를 단지 위기 모면을 위한 도구를 이용하였을 뿐이고, 악의적으로 합의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을 펼 여지도 있다. Citi는 Wachovia와 Wells Fargo에게 이메일, 보고서, 회의록 등 두 회사간 협상에 관련된 자료를 discovery 절차를 통해 요청한다고 하니, discovery를 통해 제출된 자료의 내용에 따라서는 Citi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0/13/2008 lawnb.com에 최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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