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1, 2012

미국 FTC, 기술표준에 포함된 특허권의 남용 위험 경고


미국 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2012. 7. 11. 의회에서 행한 증언에서 특허권자가 자신의 기술을 산업표준에서 사용하도록 허락하면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terms, 줄여서 "RAND"라고 한다)으로 기술사용을 허락하기도 약속하였다가 나중에 가처분(injunction)이나 금지명령(exclusion)을 통해 그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 수입을 막거나 이를 위협하는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였다. 아래에서는 FTC의 입장을 미리 배포된 원고를 중심으로 요약, 설명하도록 하겠다.

휴대전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에는 수 많은 기술이 집적되어 있다.  한 개 제품안에 수 천가지 기술이 동원되기도 한다.  수천 가지 기술에 대해 개별적으로 기술사용 협상을 벌이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그 대신에 개발자와 회사들은 기술표준 합의기구를 형성해서, 기술표준을 수립하고 그 표준에 따라 제품을 개발, 생산하여 왔다. 기술표준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 기술표준에서 사용된 기술을 가진 특허권자는 RAND 조건에 따라 기술사용을 허락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일단 기술표준이 수립된 이후에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기업들의 그 기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기술에 대한 특허(standard-essential patents, 줄여서 "SEPs")를 가진 특허권자는 더 많은 기술사용료나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기회를 갖게 된다.  반면에 기술 사용자는 이미 그 기술에 많이 의존해 있기때문에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감안할 때 기술을 포기하기 어렵지만, 기술사용료 인상 요구가 지나칠 경우 이를 그대로 모두 받아들이기도 부담스러운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다.  더구나 기술 사용 조건에 관한 합의에 달하지 못하면 특허권자는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서 금전 손해배상과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줄여서 "ITC")에 '337조 사건'으로 불리는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 수입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 수천 개 가운데 하나인 기술때문에 제품 전체의 수출, 판매가 중단될 수 있으므로 기술사용자가 부담하는 위험은 매우 크다.  가처분이나 수입금지명령 가능성만으로도 기술사용자는  큰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따라 협상력은 특허권자 쪽으로 심하게 기울 수 있다. 


기술표준에 사용된 특허권의 행사는 기술사용자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시장 전체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기술표준은 복잡한 기술이용 협상을 간소화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가져 온다. 여러 기기들 사이에 상호 호환, 대체, 통신, 공조를 가능하게 하여 소비자 후생도 증가시킨다.  그런데 기술표준에 의존했다가 나중에 특허권자로부터 매우 높은 기술사용료를 요구받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가처분이나 수입금지를 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되면, 회사들은 산업표준에 동참하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특허권 남용 행위는 기술혁신 의욕을 꺾고,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기술표준 참여가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기술표준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상호 호환성과 같은 이득을 누릴 수 없어서 소비자 후생도 줄어든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FTC는 기술표준에 사용된 기술의 특허권자가 그 특허를 이용해서 금지명령이나 가처분을 시도하는 행위는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남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법원이나 ITC가 기술표준에 포함된 특허에 관한 사건을 수행할 때는 이러한 점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허침해사건을 담당하는 연방법원은 eBay 법리를 통해서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FTC는 보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유명한 eBay v. MercExchange, L.L.C 사건 (547 U.S. 388, 391 (2006))판결에서  특허침해가 있다고 해서 당연히 회복할 수 없는 손해(irreparable damage)가 있다고 추정되고 가처분을 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특허침해가 인정되면 거의 자동으로 가처분을 인정해 주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증거에 의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입증되는지와  금전 손해배상이 손해를 보상하는데 부족한지와 같은 형평의 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후에 개별 사건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실제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특허침해 사건에서 가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 판결의 법리에 따를 때,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기술사용을 허락하기로 이미 약속한 특허 권리자는 적절한 기술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전 손해배상만으로 손해를 배상받기에 부족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실제로는 가처분을 받아 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Richard Posner 판사는 최근 eBay 법리에 기초해서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에 기반한 가처분을 기각하였다 Apple, Inc. v. Motorola, Inc., 2012 WL 2376664, (N.D. Ill. June 22, 2012).  Posner 판사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누구에게든지 기술사용을 허락하기로 미리 허락하였으므로, 구제조치는 금전배상으로 충분하고, 가처분까지는 불필요하다고 한다. 기술사용자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기술사용료조차도 지불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 경우는 금전배상으로 불충분하겠지만, 그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이와 같이 금지가처분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 권리자가 가졌던 강한 협상력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힘의 균형이 회복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권자는 ITC 337조 사건이라는 무기도 가지고 있다. 무역구제 사건이 특허침해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eBay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 있어 왔다 (Spansion, Inc. v. Int’l Trade Comm’n, 629 F.3d. 1331, 1359 (Fed. Cir. 2010) (“Given the different statutory underpinnings for relief before the Commission in Section 337 actions and before the district courts in suits for patent infringement, this court holds that eBay does not apply to Commission remedy determinations under Section 337.”).  하지만,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권 남용이 가져오는 폐해를 감안할 때, 수입금지 조치를 심사할 때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는 조항 [“the public health and welfare, competitive conditions in the United States economy, the production of like or directly competitive articles in the United States, and United States consumers” 19 U.S.C. § 1337(d)(1). 또 (f)(1) 참조]에 근거해서, 표준기술을 사용하는 제품의 수입금지명령을 내릴지를 결정할 때는 특허권의 남용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고 FTC 주장하고 나섰다.  FTC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ITC는 단지 3건에서만 위 조항에 근거해서 수입금지명령을 거부하여서  ITC는 위 조항을 이용하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나타난다. FTC는 그 조항을 더욱 적극 활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특허권자가 성실하게 기술료 협상에 임하지 않았거나, 기술사용자의 합리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행위는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기술사용을 허락할 의무 위반이고, 더 나아가서 공익에도 반하므로, 위 1337(d)(1)와 (f)(1)조항에 근거해서 수입금지명령을 거부하여야 한다고 한다. ITC는 금전손해배상명령을 내릴 수 없으므로, 위 주장에 따르면 특허권자에게는 ITC에서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막히고, 힘의 균형이 반대로 기술사용자 쪽으로 기우는 반대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에 대해서 FTC는 ITC에서 거부를 당하면 법원으로 가서 금전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ITC가 조건부 또는 시한부 명령을 내려서 당사자들에게 기술사용료에 관해 다시 협상할 기간을 준 후에, 특허권자가 합리적 기술사용료 제안을 거절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금지명령을 거부하고, 기술사용자가 합리적 태도로 협상에 임하지 않아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금지명령을 발효시키는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끝으로 FTC는 ITC가 현행 제도 하에서 기술표준에 필수적인 특허권 남용을 충분히 막을 수 없다면, 의회 차원에서 입법을 통해 ITC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terms)이라는 용어 대신에 흔히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term, 약자로 "FRAND") 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필자에게는 두 용어가 근본적으로 같은 내용으로 이해된다.  FTC 문서도 RAND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FRAND 조건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주제어: 특허, 표준, patent, antitrust, competition,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terms, F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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