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14, 2011

한국 국제뇌물방지법 집행에 관한 몇 가지 짧은 생각들

한국 검찰이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죄를 적용하여 구공판한 첫 사건이 지난 5월 발생하였다는 짧은 글을 얼마 전에 올린 일이 있다.
글을 올린 후 문득 그 사건에서 뇌물 67억 원을 받은 중국 국영 항공사 지사장도 기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되었다. 중국 국영 항공사 지사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배임수재였다. 뇌물은 받은 사람에게 배임수재죄 (형법 제357조 제1항)가 적용되었다면, 뇌물을 준 사람에게는 그에 대응하는 배임증재죄(형법 제357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검찰은 뇌물을 준 사람에게 배임증재죄를 적용하지 않고,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이 정한 외국 국가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죄 ("외국공무원 증재죄")만 적용하였다.
검찰이 배임증재죄 대신에 외국 공무원 증재죄만을 적용한 이유를 필자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아마도 외국 공무원 증재죄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이 1천만 원을 초과할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어서 형법상 배임증재죄의 법정형인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높기 때문으로 짐작이 된다. 이 경우에 두 범죄를 상상적 경합이나 실체적 경합으로 처리할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검찰은 법조 경합으로 보아 외국공무원 증재죄만 적용했다고 보인다. 중국 국영 항공사는 뇌물에 관해서 가중 처벌이 가능한 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증재) (법정형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뇌물을 준 한국 여행사 업체 대표를 변호하게 된다면, 외국공무원 증재죄 적용이 잘 못 되었다고 다투고 싶다. 그 때 다투어 볼만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과연 중국 국영 항공사 직원이 국제뇌물방지법에서 말하는 외국 공무원에 해당하는지일 것이다.
국제뇌물방지법은 외국 공무원의 범위를 제2조에서 정의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 국영 항공사 직원은 제2조 제2호 다목에서 정한 외국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0퍼센트를 초과하여 출자하였거나 중요 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任免)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의 임직원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이때. 다만, 차별적 보조금이나 그 밖의 특혜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 사경제(私經濟) 주체와 동등한 경쟁관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체의 경우는 제외된다)
검찰이 어떤 사실 관계와 법논리를 기초로 중국 국영 항공사 직원을 외국 공무원으로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의 보도자료를 보면 "중국 법률에 의하면 국가소유회사 등에서 공무에 종사하는 자는 국가공무원으로 간주하고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영 항공사 직원을 공무원으로 보아 국제뇌물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중국법이 그를 공무원으로 간주하는지가 아니라 한국법 요건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중국 국영 항공사의 소유 구조, 지배구조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중국 국영 항공사 직원이 국제뇌물방지법에 따른 외국공무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외국의 국영기업 또는 공기업 임직원이 FCPA에서 말하는 외국 공무원에 해당하는지는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Lindsey Manufacturing Company라는 회사 임원들이 멕시코의 한국전력에 해당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는 Comisión Federal de Electricidad (CFE) 임직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CFE 임직원들이 FCPA 상의 외국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CFE가 멕시코 정부의 기관(instrumentality)에 해당하고, 그 임직원들은 FCPA 상의 외국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사건들에서도 외국 공무원의 범죄는 치열하게 다투어 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FCPA에 따라 외국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다. Alcatel-Lucent 사건에서는 정부 보유 지분 비율이 43%인 말레이지아의 국영 통신회사 Telekom Malaysia Berhad 임직원이 외국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아 미국정부는 FCPA를 적용하였다. 최근 Comverse Technology Inc. 사건에서는 정부 보유 지분의 비율이 1/3인 그리스 통신회사 Hellenic Telecommunications Organization S.A. ["OTE"]도 외국정부기관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법집행이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앞으로 검찰의 해석과 법원의 판결을 통해, 외국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범위가 더욱 명확하게 되어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정부부처"가 아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정부기관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제를 하고 그들과 접촉을 할 때는 부당한 금품이 오가지 않도록 주의를 하여야 하겠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이 사건이 미국 기업 (또는 미국법이 역외 적용되는 외국 기업)이 미국이 아닌 외국에 나가서 외국 공무원에 뇌물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미국식의 FCPA 사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중국 국영 항공사 사건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공무원에게 한국 내에서 뇌물을 준 행위를 처벌한 사건이다. 그 밖에 지금까지 국제뇌물방지법이 적용된 다른 사건들은 주로 주한 미군이나 군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라고 파악이 된다.
한국 내에서 일어난 뇌물 제공에만 국제뇌물방지법을 적용한다면 그 법의 적용 범위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 나가서 사업을 하면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게 된다면 법제도나 관습, 정부운영의 투명성이 다른 제3국에서 사업을 행하는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해칠 수 있고, 그 나라에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크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도 FCPA 집행이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하게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과 같은 정도로 강력하게 국제뇌물방지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도 큰 범죄이고, 장기적으로는 부패방지가 국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진정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국제 부패방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가 동시에 형성될 필요가 있다.

주제어: 해외부패방지법, Foreign Corrupt Practice Act, FCPA,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국제뇌물방지법

2 comments:

  1. Anonymous12: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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