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2, 2011

모토롤라에 25억 달러 위약금을 약속한 구글의 의욕과 자신감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러티를 인수하는 계약에 서명하면서, 반독점법 심사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25억 달러 (약 2조 7천 원)를 위약금 (reverse breakup fee, reverse termination fee)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다고 한다 (계약서, 7.03 (c)).  이 위약금은 전체 인수 금액 125억 달러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모토롤라 모빌러티가 구글에게 팔지 않기로 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은 3억 7,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기업결합 심사 거절 조건부 위약금은 인수합병 계약을 하면서, 그 거래가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기업결합 심사때문에 지연되거나 하여 성사되지 못하였을 경우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위약금이다.  인수합병이 발표된 후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수되는 기업은 장래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불확실성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 명성의 손상을 입고, 고객을 잃고, 중요한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   회사 경영이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여 경쟁에서 점차로 뒤처질 수 있다.   기업결합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경우 인수 대상이었던 회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 위약금은 매도인과 인수대상 회사에게 그러한 위험이나 손실을 보상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양쪽 당사자들에게, 특히 매수인 측에게 최대한 성실하게 인수합병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력하도록 하는 경제적 동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사자의 협력 의무, 기한, 조건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이 당사자들이 가진 이해관계나 거래 형태, 목적에 따라 정해 진다.


절대 액수로 보자면, 25억 달러라는 금액이 기록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다.  얼마 전에 미국 법무부가 기업결합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AT&T와 T Mobile 합병에서는 위약금이 30억 달러였다. 사상 최대 위약금은 AOL이 Time Warner를 인수하면서  약속한 54억 달러(인수 금액  1,680억 달러의 3.2%, 2000년)라고 한다.  그 밖에 제약회사 Pfizer는 Wyeth 합병에서 45억 달러(인수 금액 680억 달러의 6.6%, 2009년), 제약회사 Merck & Co.는 Schering-Plough 인수에서 25억 달러(인수 금액 411억 달러의 6.1%, 2009년)를 위약금으로 합의하였다 (출처: Investors.com  ).


그래서 구글의 위약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절대 금액 보다 그 비율이 전체 거래 금액의 20%에 이르고, 모토롤라 측의 위약금보다 약 6.7배나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대형 M&A의 위약금은 모두 한 자리 숫자였다.   Bloomberg가 조사한  2010. 1. 1.이후 발표된 200개 인수합병에서 위약금의 중간값은 3.8%라고 한다.  Sherman & Sterling이 발표한 조사 보고서를 보더라도, 2005. 1. 1.부터 2010. 5. 31.사이에 발표되고 반독점법 심사에 관련한 위약금이 설정된 54개 인수합병 계약에서 전체 거래 금액 대비 위약금의 비중은 평균이 5.4%이고, 중간값은 3.9%라고 한다. 그 가운데 15% 이상인 경우는 3건뿐이었다.    그 3건 가운데 40%인 1건이 보이는데(6쪽) 그 거래는  Monsanto가 2007년 Delta and Pine Land Co.를 1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인수 금액의 40%에 이르는 6억 달러를 위약금으로 합의한 건으로 보인다.   나머지 2개는 20% 미만이다.  구글이 약속한 위약금은 비율로 볼 때 두 번째로 높다고 보인다.   한편, 모토롤라 모틸러티가 약속한 3억 7,500만 달러의 위약금은 거래 금액의 3%로 통상적인 위약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구글은 불평등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위약금에 왜 합의를 했을까?  구글이 그와 같은 위약금을 약속한 데에는 특수한 상황이 작용을 하고, 특별한 동기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보통 인수합병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는 같은 금액을 위약금으로 약정하지만, 위약금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협상력을 반영하여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동향을 보면, 2007년 금융 위기 이후로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따라서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매수인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에 매도인 측이 더 많은 위약금을 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은 2011. 6.말 기준으로 391억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 자금 확보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위약금이 높아졌다는 설명은 성립하기가 어렵다.


2007년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 인수합병 시장이 침체되고, 매수 희망자의 수가 줄어 들어서 상대적으로 매수자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위약금이 전체 거래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Darren S. Tucker, Kevin L. Yinglin, Antitrust Risk-Shifting Provisions in Merger Agreements After the Financial Collapse, April 2009].   반면, 전체적인 인수합병 시장은 침체되어 있지만, 모바일 산업은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고, 특허 풀을 통째로 인수하려는 시장도 열기가 오르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산업의 특수한 시장 상황 면에서는 모토롤라가 더 많은 위약금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 이번 위약금을 설명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시장 관행보다 높은 위약금은 그 거래를 반드시 성사시키려고 하는 의욕과 동시에 그 거래가 반드시 성사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의욕과 자신감 둘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다면, 구글이 막대한 위약금을 합의하였을 이유가 없다.   누구도 위약금을 지급하기 위해 합의하지 않는다.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면서, 또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합의를 한다.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러티를 인수하는 경제적 동기로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특허 자원이 부족한 젊은 기업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러티가 가진 특허 풀을 특허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데 쓰려고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자기 기술 방어를 위한 특허 확보할 필요성에 있어서 구글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모토롤라 모빌러티 인수가 발표되기 직전인 2011년 7월 Nortel이 가진 특허 6천여 개를 둘러싼 입찰 경쟁에서 구글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트트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패배하였다.   구글은 9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경쟁회사들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은 5배인 45억 달러를 써 내서 구글은 쓴 맛을 보아야 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구글은 특허 확보에 더욱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보인다.


한편 자신감의 측면, 즉 구글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관심을 끈다.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서 구글이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다음 2가지 경우이다:
  (1) 미국이나 유럽이 반독점법에 근거해서 인수를 금지하는 최종적이고,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2) 2013. 2. 15.까지, 정부에 의해 계약 이행이 중단되거나,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에, 구글 또는 모토롤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이 해지되었을  때 구글이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그 밖에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한 이 계약 상의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였을 경우


위 계약조건을 볼 때, 경쟁당국이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면, 구글은 "최선의 노력" 조항에 걸려 막대한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25억 달러 미만이라면 아끼지 않고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여 싸울 것이다.   구글이 최고 경제학자, 산업 전문가, 변호사를 동원하여 돈을 아끼지 않고 싸운다면, 경쟁당국에게는 어려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쟁당국은 기업결합 심사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고, 반대를 하려면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고 길고 어려운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25억 달러 위약금은 자신은 끝까지 싸울 준비되어 있으니, 이 거래에 시비를 걸려면 심사숙고해서 제대로 하라는 경쟁당국에 주는 강한 암시일 수 있다.


기업결합 심사의 기본 원리에 따를 때, 구글과 모토롤라 모빌러티 기업결합은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이고, 모토롤라 모빌러티는 이동통신 기기 제조회사인데, 구글의 Android 운영체제가 이동통신 기기에서 운영체제로 이용되므로, 두 회사는 전혀 다른 상품 시장에 속해 있고, 이번 결합은 수직적 기업결합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수직적 기업결합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결합하는 수평적 기업결합에 비하여 경쟁 제한성이 낮다고 본다.  그 점에서 구글과 모토롤라 모빌러티 기업결합은 최근 합병금지 소송이 제기된 AT&T와 T Mobile 결합과 많이 다르다.  AT&T-T Mobile 기업결합은  동일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평적 기업결합이다.
  
하지만,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 휴대기기 운영체제 시장 등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높은 시장 점유율과 점차 높아지는 구글의  시장 영향력을 감안할 때, 구글의 이번 행동을 경쟁당국은 다각도로 정밀하게 조사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은 구글의 여러 가지 사업 방식에 대해 반독점법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조사들이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유럽 경쟁당국을 이끌고 있는 EU Competition Commissioner Joaquin Almunia이 구글에 대한 다른 조사가 이번 기업결합 심사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는 하지만(Reuters 인터뷰), 기존 조사가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거래의 경쟁제한성과 관련해서 제기할 수 있는 쟁점은 다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구글이 다른 이동통신 기기 제조업체들에 비하여 모토롤라 모빌러티에게 유리한 차별 대우를 할 경우, 이동통신 기기 제조 시장의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다.  구글이 Android 운영체제의 향상된 기능에 관한 정보를 모토롤라 모빌러티에게 먼저 제공할 경우, 구글이 중요한 기능 상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운영체제의 코드를  모토롤라 모빌러티에게만 공개할 경우, 구글이 모바일을 이용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은 각종 정보를 모토롤라 모빌러티에게 유리하게 제공할 경우에 다른 이동통신 기기 제조업체들은 모토롤라 모빌리티와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글은 개방성을 사업의 기본 정신으로 삼고 있고, 이번 인수를 하면서도 다른 기기 제조업체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을 하였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구글이 반경쟁적인 차별 대우를 할 것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러티가 보유한 특허들을 활용하여 Android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획득, 유지, 강화하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러티를 인수하려고 하는 주된 목적은  이동통신 기기 제조 시장 진출이 아니고, 주로 모토롤라 모빌러티가 가진 특허를 안드로이드에 대한 특허 공격에서 방어하는데 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약 그 특허들을 단순한 방어 수단이 아니라, 이동통신 기기 운영체제에서 독점을 획득,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운영체제에 꼭 필요한 핵심적 특허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기기 운영체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봉쇄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한 반경쟁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허에 담긴 기술 내용과 그 기술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분석되어야 한다.   최근 다른 기술기업들도 특허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글의 행위나 전략이 어떤 면에서 경쟁자들과 다르고, 더 큰 경쟁제한성이 있는지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 사업자들과  비교할 때 구글은 현재 가진 특허가 많지 않아서 최소한 지금까지는 주로 방어하는 수세적 입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이라면 두 번째 우려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거래가 인수 자체를 막을 정도로 경쟁 제한성이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경쟁 제한 우려가 남아 있을 때에는, 경쟁 당국이 특허권을 비롯한 일부 자산을 매각하라는 구조적 시정 조치나, 결합 후에 구글이나 모토롤라 모빌러티가 하는 영업 방법, 사업 범위, 내부 경영 방식을 제한하는 행태적 시정 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  구글은 오픈 소스 정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이동기기 제조업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라는 조건은 쉽게 수용할 수 있겠지만, 특허권의 일부를 포기하라는 조건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분석에 따를 때 구글의 모토롤라 모틸러티 인수가 반독점법 심사라는 걸림돌에 걸려서 넘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전체 인수금액의 20%인 25억 달러를 위약금을 건 구글의 겉보기에는 위험해 보이는 도박은 시장과 경쟁당국에게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고, 이 거래에 시비를 걸려면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를 줌으로써 이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영리한 행동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Behind Google's Huge Breakup Fee in Motorola Deal - NYTimes.com


주제어: Google, Motorola Mobility, merger control, antitrust, 반독점법, 경쟁법, 기업결합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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