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6, 2008

비지니스 모델 특허의 요건 강화(In re Bilski)

비지니스 모델 특허의 요건

미국 연방항소법원(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 전원재판부(en banc)는 2008년 10월 30일 In re Bernard L. Bilski and Rand A. Warsaw 사건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요건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다(132쪽에 이르는 판결문).   

쟁점

이 사건 대상 특허출원은 상품거래와 관련한 위험을 회피하는 영업방법에 관련된 발명이었다.  

미국 특허법상 비지니스 모델(business model)은  제101조 방법(process) 특허로 구분되고, 방법에 관한 발명이 특허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새롭고 유용한 방법(new and useful process)"에 해당하여야 한다.  35 U.S.C. § 101.   이 사건에서는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서 말하는  "새롭고 유용한 방법"이 비지니스 모델 특허 출원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다투어졌다.   다시 말해  (1) 이른바 비즈니스 모델이 일반적으로 미국특허법 제101조상의 방법특허(process)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2) 만일 비지니스 모델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비지니스 모델이 특허권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판결의 요지

연방법원은비지니스 모델 특허도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일반적으로긍정하면서,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지니스 모델이 "장치 또는 변형(machine or transformation)"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장비 또는 변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1)그 발명이 특정한 장치와 결합되거나, (2) 그 발명을 통해 특정 객체를 다른 상태나 물체로 변형시켜야 한다.

장치 또는 변형 요건은 이 사건에서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고, 다른 사건들에서 연방대법원이 방법 특허의 일반적인 요건으로서 이미 언급했던 기준이다. Gottschalk v. Benson, 409 U.S. 70 (1972), Diamond v. Diehr, 450 U.S. 192(1981), Parker v. Flook, 437 U.S. 589, Cochrane v. Deener, 94 U.S. 780, 788 (1876).   이 사건 항소법원은 장치 또는 변형 요건이 유일한 심사 기준(the sole test)이라고 밝힘으로써  제2 또는 제3의 기준을 추가로 인정할 가능성은 배제하였고, 종전에 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 149 F.3d 1368 (Fed. Cir. 1998) 등에서 채택한 '유용성, 구체성, 유형성(useful, concrete and tangible result)' 기준은 파기되었다.  

시사점

종국적으로연방대법원 판단에 달려 있어

미국 특허법에 관한 최고 판단기관인 연방대법원이 '장치 또는 변형' 기준을 추인할지 아니면, 번복하고 다른 기준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이 사건 연방법원은 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의 발전을 앞으로 판결에 맡겨

이 사건 연방법원이 장치 또는 변형 요건이 비지니스 모델 특허의 요건이라고 밝히기는 하였지만, 아쉽게도 연방법원은 이 사건에 필요한 최소한의 판단을 내렸을 뿐이고,  이 요건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서 상세한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   우선, 이 사건의 특허청구인은 이 사건 발명을 구현하는 수단이 컴퓨터 장치에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자인하였기 때문에 첫번째 장치 요건은 처음부터 논의에서 제외가 되었다.  두번째 '변형' 요건과 관련해서도, 이 사건 대상 발명은 법률 관계와 같은 추상적 관계를 다루고 있을 뿐이어서  '특정 객체의 변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지니스 모델이 일반적으로 특허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

이 판결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비지니스 모델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다시 확인되었다. 

‘장치 요건’의 의미

‘장치 요건’이란 발명이 특정한 기계나 장치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tied to a particular machine or apparatus).  

장치 요건을 충족하려면 문제해결 과정이나 알고리즘이 컴퓨터나 다른 장치를 통해 실행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컴퓨터나 다른 장치의 사용이 필요불가결하여야 한다.  컴퓨터나 다른 장치의 사용이 부차적이거나, 동일한 방법을 컴퓨터나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도 실행할 수 있다면 장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사람이 정신작용 등의 다른 방법으로도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다면 장치 사용이 필요불가결하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같은 신체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발명했더라도, 이러한 진단은 컴퓨터가 없이도 의사가 동일한 판단과정을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치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장치 요건이 '특정한' 장치와 결합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범용 컴퓨터가 '특정한' 장치에 해당하는지가 앞으로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특허 재심 및 제3자 이의 심판 위원회(the Board of Patent Appeals and Interferences)는 Ex parte Langemyr (May 28, 2008) 사건에서, 범용 컴퓨터의 이용은 '특정한' 장치의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만일 위 결정에 따르면 범용 컴퓨터를 이용하는 비지니스 모델은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변형 요건’의 의미

‘변형 요건’이란 발명이 특정한 객체를 다른 상태나 물질로 변형하여야 한다는 요건이다(it transforms a particular article into a different state or thing).   변형은 그 발명의 목적 달성에 있어서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central to the purpose of the claimed process).   변형은 문제해결과 관계 없는 중요하지 않은 활동(insignificant extra-solution activity)에 불과해서는 안되고, 특허청구항의 범위에 유의미한 제한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impose meaningful limits on the claim's scope).  

물체나 물질의 물리적 또는 화학적 변화를 초래하는 과정이 변형 요건에서 말하는 변형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비지니스 모델 특허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물리적, 화학적 변형보다는 디지털 정보의 처리 또는 변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수치 정보와 평균값의 차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는 방법은 '장치 또는 변형' 요건에서 말하는 변형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특허청구항이 처리되는 정보의 유형이나 특성, 정보의 획득 방법, 정보가 나타내는 대상을 전혀 특정하지 않아서, 처리되는 정보가 특허청구범위에 유의미한 한계를 설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X선 촬영 데이터를 2차원 표시장치에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은 사람이나 동물의 뼈나 장기와 같은  유형의 물체를 X선으로 촬영해서 얻은 원시 정보를 표시장치 위에 나타내는 시각적 영상으로  변형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In re Abele, 684 F.2d 902 (CCPA 1982)    

Nov 5, 2008

MySpace 자살 사건을 통해 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규제

MySpace 남자친구와 헤어진 13살 소녀의 자살

한국에서는 최근 유명 연예인의 자살의 원인을 둘러싸고, 그 자살의 원인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었던 악성 소문이라는 ‘가설’이 등장하면서, 수사기관에서는 그 악성 소문의 유포자를 찾아 나서는가 하면,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허위사실유포나 모욕적 표현의 사용을 오프라인의 법률로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른바 MySpace 자살 사건도 인터넷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건이다. 14살 생일을 3주 앞 둔 Megan Meier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살을 하였다. 자살 직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 맺기 사이트(social networking website)인 MySpace(www.mySpace.com)에서 만난 Josh라는 남자친구로부터 모욕을 받고 절교를 당한 사실에 비추어, 그 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자살을 하였다고 부모들은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Josh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이웃에 사는 Megan의 친구의 어머니인 Lori Drew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임이 밝혀졌고, 우여곡절 끝에 그 친구 어머니가 기소되어 지금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Lori에 대한 공소장과 언론 보도(Suburban Journals, 2007. 11. 13.자; The New Yorkers, 2008. 1. 21.자)에 따르면, 본래 Megan과 Lori의 딸은 같은 나이로 같은 골목의 네 집 건너 이웃에 살고 있었고, Megan은 Lori 가족의 휴가에 동행을 할 정도로 둘은 절친한 친구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두 소녀는 친구관계를 끊게 되었다. Megan과 딸의 관계 단절을 알게 된 Lori는 MySpace에 Josh Evans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Lori는 그녀의 딸은 물론 최소한 각각 18살과 13살의 다른 두 소녀들에게도 Josh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Josh 계정을 이용해 Megan에 접근하여 온라인 교제를 나누도록 하였다. 그들은 Megan이 좋아하는 유형의 잘생긴 남자의 사진을 구해 Josh의 사진으로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Josh가 Megan의 관심을 끌도록 꾸몄다. 가짜 계정을 만들어 Megan에게 접근한 이유에 관해 Lori는 Megan이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딸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Lori 등은 Josh 계정을 이용해 Megan에게 친구를 맺자고 접근하였고, Josh와 Megan은 MySpace를 통해 약 한 달간 친밀한 온라인 교제를 나누었다. Megan의 부모들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우울증 증세를 앓고 있던 Megan은 Josh와 교제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교제 기간 동안은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순탄하던 Josh와 Megan의 교제는 Megan의 자살로부터 이틀 전쯤부터 Josh가 Megan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함으로써 파국으로 치달았고, 이로 인해 Megan은 심한 상처를 받았다. Megan은 2006년 10월 16일 컴퓨터로 Josh와 대화를 하던 중 심한 정서적 불안을 보이면서 뛰어 나갔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방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Megan이 자살하기 직전 Josh로부터 마지막으로 받았다고 추정되는 메시지에는 “O'Fallon(Megan이 사는 지역) 사람들은 모두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너는 나쁜 여자애고, 사람들은 모두 너를 미워해. 너의 남은 인생은 저주를 받을 꺼야. 네가 없어 진다면 세상은 더 좋아 질 꺼야"와 같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자친구 Josh는 이웃이 만들어낸 허구임이 밝혀져

그 후 Megan의 부모들은 Josh를 찾아보려 하였지만, Josh는 MySpace에서 이미 탈퇴하여 찾을 수가 없었다. 이웃에 살고 있던 Lori가 Megan의 집에 출동한 앰뷸런스를 보고 Megan에게 나쁜 일이 생겼음을 알고 가짜 Josh 모의에 가담한 소녀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Josh 계정을 폐쇄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고, 주민등록증과 같은 통일적이고 강제적인 신분증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제도가 가능하지도 않다. 인터넷 사이트들도 가입자의 신상정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약 한달 반 가량이 지나서, Josh가 가짜임을 알고 있었고, 그 계정을 이용해 Megan에게 한 번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 다른 집의 소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그 부모가 Megan의 부모에게 사실을 실토함으로써 Josh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Megan 부모의 고발로 Lori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 수사당국은 Lori의 범죄 혐의를 찾지 못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Megan의 부모, 여론, 언론 등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사건은 다시 재개되어 결국 Lori는 2008년 5월 16일 대배심(grand jury)으로부터 기소 결정을 받게 되었다.

서비스이용계약위반 = 범죄?

어렵게 Lori를 기소할 수 있었지만, 혐의자들이 유죄판결을 받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다. 사실적으로는 Megan의 자살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법률적용도 문제이다. Lori에게 적용된 법률은 권한 없는 또는 권한을 초월한 컴퓨터 이용을 금지하는 the Computer Fraud and Abuse Act(18 U.S.C. Section §1030) 이다. 즉 MySpace의 서비스이용조건(Terms of Service, TOS)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모욕하거나, 해를 가할 목적으로 MySpace에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개인 정보를 요청하는 행위,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교사하는 행위, 또는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전파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Lori은 Josh라는 허위명의를 이용하여 MySpace 서비스에 가입하고, 그 ID를 이용하여 Megan의 개인정보를 얻어내고, Megan를 괴롭힘으로써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초월하여 컴퓨터를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위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혐의자들의 행위에 대해 분노를 표하면서 형사처벌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Lori의 기소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형사처벌에 반대하는 측은 서비스이용조건 위반은 단순히 계약위반 행위에 불과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도 애인과 싸우거나 헤어지고 충격에 빠져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있고, 그 애인이 신분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했다고 밝혀지기도 하지만, 전 애인을 그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지는 못하는데, 그러한 일이 온라인상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Lori에게 적용된 컴퓨터 사기 및 남용 금지법은 본래 해커들이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정보를 빼내거나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인데, 이 사건에 위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확대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자의적 법 집행의 위험성도 거론되고 있다. 즉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씌어 있고 복잡하고 긴 서비스 이용계약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많은 이용자들이 서비스 이용계약을 부지불식간에 위반하면서, 혹은 무시하면서 이용한다. 사소한 이용조건 위반 행위가 모두 처벌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Lori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되면 법집행 당국이 선별적으로 서비스이용조건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이로 인해 자의적 법 집행의 위험성이 높아 진다는 논리이다. 더구나 인터넷 사업자가 제정할 수 있는 서비스 이용계약의 내용이나 범위에 관한 규제가 없으므로, 인터넷 사업자가 임의로 정한 서비스이용계약 위반을 형사범죄화 한다면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형벌법규를 제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피고인측도 관련 법조문이 금지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위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검사측은 인터넷이 등장하고, 컴퓨터 사기 및 남용 금지 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선례가 없지만, 관련 법조문은 그 자체로 금지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기소를 위해서는 고의 등을 입증해야 하므로 자의적 법집행의 위험은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도 (1) 피고인들이 서비스이용조건 중 어떤 조항을 위반하였는지, (2) 모든 MySpace 이용조건 위반행위가 컴퓨터 사기 및 악용 금지법 위반에서 말하는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지, (3) 만일 모든 이용조건 위반이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면 어떤 경우가 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하는지와 같은 점에 관해 의문을 표시하고 양측의 법률의견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고 한다(WSJ Lawblog 기사).

이 사건의 영향

이 사건의 추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사건 결과가 앞으로 미국 인터넷 규제의 방향에 전반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Lori가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은 단순한 이용계약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또 인터넷사업자들 역시 이용자의 그 범죄 행위에 방조하거나 가담하였다는 혐의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여야 할지도 모른다. Lori가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인터넷이용자의 인터넷 남용행위를 규제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던 간에 이 사건은 급속하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인터넷상의 행위에 대해 어떤 규제가 수정되고, 도입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의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08. 11. 3. lawnb.com에 처음 실음. by yws

Oct 13, 2008

Wachovia 인수를 둘러싼 법률 분쟁의 전개와 쟁점

최근 몇 주간 미국 금융권이 보유한 대출채권 부실로부터 초래된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정부가 긴급구제금융(bailout) 수혈에 나서고,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초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 가운데 법률가들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끄는 뉴스는 Wachovia 인수를 둘러싼 Citigroup과 Wachovia/Wells Fargo의 법정 분쟁이다. Wachovia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이고, Wells Fargo Bank는 미국에서 시가총액기준 미국 3위의 은행이다. 10월 3일부터 주말과 밤낮을 잊고 협상장과 법원을 오가며 엎치락뒤치락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벌어지던 이 경쟁은 10월 9일 Citi가 Wachovia 인수 경쟁에서 물러남으로써 일주일 만에 일단락 되었다.

  • 9월 29일(월): Citi, Wachovia 일부(은행부문)의 216만 달러 인수 합의
  • 10월 3일(금)
- Wells Fargo, Wachovia의 전 사업부문의 1,540만 달러 인수 합의 발표
- Citi, Wachovia와 Citi 사이의 배타적 협상 합의(exclusivity agreement)를 근거로 Wells Fargo, Wachovia에 인수 중단을 요구(Citi 보도자료, 배타적 협상 합의문)
  • 10월 4일(토)
- New York주 지방법원의 Charles E. Ramos 판사는 이날 오후 Connecticut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심리를 열어, 다음날로 만료되는 배타적 협상 조항의 효력을 Citi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 선고 시까지 잠정 연장한다고 결정(결정문)(Citi의 소장은 이날이 토요일이어서 정식 접수되지 못 하고, 다음 월요일에 제출됨)

- Wachovia/Wells Fargo, Citi의 인수협상 방해 금지를 구하는 소송을 New York주 소재 연방법원에 제기
  • 10월 5일(일)
- New York주 항소법원의 James M. McGuire 판사는 이날 오후 ‘New York주’에 소재한 법원 사무실에서 전날 Ramos 판사의 결정을 파기(결정문)

- Ramos 판사는 밤 11시 10분 항소심의 결정에 불구하고 예정에 따라 판결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결정(결정문)

- Wachovia/Wells Fargo가 제기한 소송을 담당한 연방법원의 John G. Koe 판사는 이날 밤 양측에 10월 7일까지 각자의 주장을 제출하도록 명령

- Wachovia 주주들이 Citi를 상대로 Wachovia 매각 방해 금지를 구하는 집단소송을 Wachovia 본사가 소재한 North Carolina주 법원에 제기

  • 10월 6일(월)
- Citi, Wachovia와 Wells Fargo를 상대로 각각 계약위반과 계약이행 방해를 이유로 6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장 정식 제출(Citi 소장)

- 3자는 모든 법률 분쟁을 10월 8일(수) 정오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
  • 10월 8일(수): 3자는 법률분쟁 휴전기한을 10월 10일(금) 오전 8시까지 연장 합의
  • 10월 9일(목): Citi, Wachovia 인수 포기 결정

  • 긴박했던 주말
위 일지에서 보듯이 Wachovia 법률분쟁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월요일에는 휴전이 성사되었다. 토요일 오후 Connecticut주에 있는 자기 집에서 양측 주장을 들은 New York주 법원 Ramos 판사의 결정문은 Citi가 제출한 결정문 초안에 펜으로 ‘찍찍’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고, 결정주문을 손으로 써 넣어 그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결정문. 신청 당사자가 판사는 서명만 하면 되도록 결정문 초안을 제출하는 것 자체는 미국 소송에서 일반적 절차에 따른 것이다). 결국 그 결정은 New York주 밖에서 서명되었기 때문에 무효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그 파기 결정을 내린 항소심 판사는 일요일에 Connecticut주에 있는 집에서 New York주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했다.

한편 연방법원의 문을 두드린 Wachovia/Wells Fargo는 5일(일) 연방법원 판사로부터 위 Ramon가 담당한 사건 심리가 예정된 10일보다 앞선 7일로 심리기일을 받아내는데 성공해서, Citi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배타적 협상 합의
Wells Fargo의 Wachovia 인수 합의가 알려지자, Citi는 Wells Fargo의 인수가 Citi와 Wachovia 사이의 배타적 협상 합의(exclusivity agreement)에 위반되고, 그 거래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개된 합의서에 따르면, Wachovia는 2008년 10월 6일로 합의된 배타적 인수협상 만료시한까지 직접 또는 간접으로 Citi가 아닌 제3자와 인수를 위한 협상이나 합의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배타적 협상을 위반하였을 때는 금지청구가 가능하다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The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Citi와 Wachovia/Wells Fargo 모두 그 대결이 시작된 2008년 10월 3일(금) Bush 대통령이 서명한 2008년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The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의 동일 조항을 법률적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무효인 합의(unenforceability of certain agreements)’라는 제목을 가진 같은 법 126(c)이다. Citi는 Wachovia-Wells Fargo간의 인수합의가, Wachovia/Wells Fargo는 Citi-Wachovia간의 배타적 협상 합의가 각각 위 126(c)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그 무효인 합의의 이행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미국 변호사들도 위 조항의 문언상 의미나 입법목적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정반대의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먼저 Citi는 정부 지도에 따른 부실 금융기관 인수 합의 이후에 제3의 인수자가 뒤늦게 나타나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여 부실 금융기관을 가로채려는 시도를 막음으로써 정부개입을 통한 금융기관 인수합병을 원활히 하는 것이 126(c)의 입법의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Wachovia CEO도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만일 Citi의 인수합의와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Wachovia는 파산신청을 하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하였듯이, 인수합의 이후 Citi는 숨이 멎어가는 Wachovia를 자금지원을 통해 구해 놓았다. Citi의 인수합의 이전에 이미 Wachovia 인수를 검토하였다가 포기한 Wells Fargo가 Citi의 인수합의 이후에 다시 뛰어들어 Wachovia를 가로채는 것은 무임승차이고,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Wachovia/Wells Fargo는 126(c)가 정부지도에 의한 인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언제라도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고 배타적 협상 조항과 같은 합의를 무효화하는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Citi의 인수조건은 낮은 인수가격에 정부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하는 반면, Wells Fargo는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지원도 요구하지 않으므로, 미국 국민과 시장경제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
Wachovia 인수 대결을 보면서,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관한 논란이 재개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지원에 따른 Citi의 인수합의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Wachovia의 숨통을 열어 놓고, Wells Fargo의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정부 개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Citi의 인수가격보다 높은 가격과 정부의 자금지원 없는 인수 조건을 제시한 Wells Fargo의 등장은 금융위기의 최선의 처방은 정부개입보다 기업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향후 법률분쟁 전망
Citi는 일단 Wachovia 인수를 포기하였지만, Citi는 인수를 포기한 바로 그 발표문에서 Wachovia와 Wells Fargo에 대한 계약위반 및 계약이행 방해로 인한 6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iti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배타적 협상 조항의 유효성이 긴급 경제안정을 위한 법률 126(c)와 관련해서 논란이 될 것이다. 배타적 협상 조항이 유효로 판단되더라도 Citi가 손해배상 규모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Citi는 Wachovia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인수조건이 Wells Fargo의 조건보다 나쁜 조건이었음을 묵시적으로 자인한 셈이 되었고, 그렇다면 Wachovia를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전체를 배상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차선으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항목은 변호사비용 등 인수협상을 위해 투여된 비용이다. Citi는 협상결렬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합의를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항목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Citi 측에 유리한 정황도 존재한다. Wachovia의 CEO가 인정하였듯이, Citi의 인수합의와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Wachovia는 파산신청을 하거나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 이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Wachovia가 Citi를 단지 위기 모면을 위한 도구를 이용하였을 뿐이고, 악의적으로 합의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을 펼 여지도 있다. Citi는 Wachovia와 Wells Fargo에게 이메일, 보고서, 회의록 등 두 회사간 협상에 관련된 자료를 discovery 절차를 통해 요청한다고 하니, discovery를 통해 제출된 자료의 내용에 따라서는 Citi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0/13/2008 lawnb.com에 최초 게재)

Sep 5, 2008

인터넷 백과사전 WikiPedia 는 증거로서 불충분

누구가 개방적으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WikiPedia는 작성 과정의 특성상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 내용의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서 채택할 수 없다는 판결이 8th Circuit에서 선고되었다.

출처: 8th Circuit Says No to Wikipedia as Evidence, http://www.typepad.com/t/trackback/89778/33052810

Comcast, 네트워크 중립성 위반에 관한 FCC 결정에 불복하기로

Comcast는 네트워크 중립성에 관한 FCC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FCC는 2008년 8월 네트워크 중립 정책에 반하여 Comcast가 일부 웹사이트 접속 속도를 일부러 저하시키는 등의 조작을 하였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WSJ, Sep. 5, 2008, http://online.wsj.com/article/SB122055137368500197.html
파산신청자에 대한 변호사의 자문내용을 제한하는 파산법은 위헌

8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은 2008년 9월 4일 파산신청에 앞서서 부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변호사가 고객에게 자문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파산법은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
파산절차남용 및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the Bankruptcy Abuse Prevention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은 변호사가 고객에게 파산신청에 앞서서 부채를 증가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자문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부채를 증가시키도록 하는 변호사의 자문이 때로는 파산자나 채무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변호사의 자문 내용을 제한함으로써 변호사가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판결문: http://online.wsj.com/public/resources/documents/milavetz.pdf
WSJ, September 5, 2008, http://online.wsj.com/article/SB122057299117001681.html

Aug 29, 2008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은 부당한 성차별

지난 2008년 7월 25일은 세계최초의 시험관아기인 영국의 Louise Joy Brown이 태어난 지 3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시험관아기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라도 하듯이, 노동법적 측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판결이 미국 항소법원에서 2008년 7월 16일 내려졌다. 불임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던 여성 노동자가 첫 번째 시술에서 실패한 후 다시 시술을 받기 위해 병가를 신청하였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사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미국연방 제7항소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Seventh Circuit)의 Cheryl Hall v. Nalco Company 사건 판결이 그 판결이다.
이 사건의 원고인 Hall은 피고인 Nalco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3년 3월 24일부터 4월 21일까지 휴가를 얻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였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약물투여, 난자추출 수술,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체외 수정, 수정란의 자궁내 이식 수술 등으로 이어지는 수 주일에 걸친 복잡한 의료 시술을 요구하고, 시술이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몇 번에 걸친 시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Hall은 불행히도 첫 번째 시술은 실패하였고, 7월 21경에 다시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8월 18일부터의 휴가를 신청하였다.
한편 Nalco는 그 무렵 지역별로 설치된 사무실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Hall이 근무하던 사무실도 인근 사무실과 통폐합 대상이 되었다. 통폐합 계획은 통합 대상 사무실들에서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Hall이 두 번째 휴가를 신청한 직후인 2003년 7월 말, Hall의 직속상관인 Baldwin은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다. Baldwin은 Hall에게 고용계약의 중단은 [그녀의] 건강상태를 감안할 때 [그녀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였다.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기 전에, Baldwin은 회사 인사책임자와 논의를 하였는데, 그 책임자의 수첩에는 Hall에 관하여 “장기휴가, 불임시술”이라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해고 통보를 받은 Hall는 해고가 1964년 시민권법 제7장(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을 위반한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별히 Hall은 임신차별금지법(the Pregnancy Discrimination Act)은 “임신, 출산 또는 그와 관련한 의학적 상태를 이유로 하거나 또는 근거로 한(“because of or on the basis of pregnancy, childbirth, or related medical conditions” 42 U.S.C. § 2000e(k))” 차별은 “성별을 이유로 한(because of sex)” 차별에 해당한다는 특별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해고는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방법원은 불임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불임여성은 임신차별금지법에 의해 보호되는 부류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지방법원은 차별이 불임만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기준으로 하여,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지방법원의 판단은 불임시술을 사용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불임시술을 모두 제외하는 이상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다른 항소법원의 판결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항소법원은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인지는 적절한 판단기준이라고 할 수 없고, 문제되는 사용자의 조치가 실제로 성별에 중립적인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International Union v. Johnson Controls, Inc., 499 U.S. 187 (1991)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위 사건에서 사용자는 임신 능력이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임 여성은 납에 노출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납 노출은 남성과 여성 노동자 모두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정책은 오로지 여성 노동자들만 배제하였기 때문에 위 정책은 생식능력만을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 성별과 임신 가능성을 근거로 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장기간의 복잡한 시험관시술을 여러 번에 걸쳐서 받아야 하고, 그러한 시술을 위해 여러 번 장기간의 휴가를 신청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다. 남성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참여하더라도 매우 적은 시간만 필요로 하므로, 장기간 휴가를 쓸 필요성이 없다. 이러한 시험관아기 시술의 특성을 볼 때, Hall은 성별에 중립적인 불임을 이유로 해고된 것이 아니고, 임신이라고 하는 성별에 따른 신체적 특징을 근거로 해고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임신차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고 이 사건 항소법원은 판단하였다.
이번 항소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이 임신차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법률판단만 내린 summary judgment이므로, 실제 Nalco의 조치가 부당한 성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실체판단은 사건을 환송받은 지방법원에서 다시 다투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 판단 결과와는 상관 없이 이 사건 판결은 법률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에 임신차별법 적용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2008년 8월 28일 www.lawnb.com에 처음 실음, by 신영욱

Aug 16, 2008

장애우 관람석의 시야 확보

미국 장애우보호법(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은 극장이나 경기장의 좌석 가운데 1%를 장애우들에게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장애우우대석은 좌석만 배정하면 충분할까, 아니면 시야까지 확보해 주어야 할까. 시야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할까?

Robert Niller v. The California Speedway Corporation 사건에서는 장애우 관람석 앞자리에 있던 다른 관객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시야가 가려진 경우 그러한 자리 배정이 미국 장애우보호법 위반인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다.

미국 제9항소법원에서 2008년 8월 장애우관람석은 시야가 확보되어야 할 뿐아니라, 다른 관객들이 일어서서 볼 때도 시야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DOJ도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우관람석은 다른 관객들이 서서 관람을 할 때도 시야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우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장애우의 입장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을 새로 일깨우는 사건이다.

http://blogs.wsj.com/law/2008/08/15/ninth-circuit-gives-disabled-nascar-fans-unimpeded-view-of-track/trackback/
소급적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은 무효(Davis v. Blige 판결)

미국 제2 연방 항소법원이 2007년 10월 Davis v. Blige 사건에서 저작권 이용허락이나 저작권 양도(retroactive license or assignment)는 소급효를 가질 수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에 따르면 소급적 이용허락이나 저작권 양도 계약은 무효이고, 이미 발생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책임을 면제하는 효력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과거의 저작권 침해로 인해 발생한 책임을 면제하려면 별도의 면책합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 저작물이 공동저작권자의 소유에 속한 경우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과거 침해행위에 대한 책임 전부를 면책 받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피고들은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이 사후에 소급적으로 저작권을 양도하였다고 주장
작사가인 원고 Davis는 “Queen of Hip Hop Soul”로 불리는 유명 랩가수인 Mary Jane Blige라는 가수의 앨범 “No More Drama”에 실린 두 개 노래의 가사가 자신이 Bruce Chambliss와 함께 작사한 가사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 Bruce Miller가 Chambliss로부터 저작물 이용 이전에 구두 약정을 통해 저작권을 양도받았고, 저작물 이용 이후에 사전 구두 약정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서면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Miller는 다른 피고들에게 가사의 이용을 허락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들이 제출한 서면 약정에는 Chambliss가 Miller에게 저작권을 창작일을 기준으로 양도한다는 소급효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1심 법원은 구두약정은 인정되지 않지만,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합의를 통해 피고들의 과거 저작권 침해 행위가 치유되었다는(cure past infringement) 이유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summary judgment를 선고하였다.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1심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소급적 저작권 양도 합의가 과거의 침해행위를 치유한다는 1심 판결은 파기됨
1심 법원은 공동저작권자인 Chambliss가 소급적으로 저작권 양도를 할 수 있는 근거로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은 자기 자신의 지분을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타인에게 저작물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이 부분 판단을 파기하면서, 소급적 저작권 사용허락이나 양도는 모두 법률상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항소법원 판단의 근거는 이용허락(license)과 화해(settlement)는 엄밀히 구분하여야 하는데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유효성을 인정하면 저작권법의 기본 정신이 파괴되고,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를 해친다는 것이 주된 근거이다.
항소법원의 판단과 같이 이용허락(license)이나 양도는 본질적으로 장래를 향해 저작권 이용을 허락하는 성질을 가진다. 반면 화해(settlement) 또는 면책(release) 합의는 그 합의에 참여하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서, 과거에 이미 일어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책임을 확정하거나 면책하는 소급적 효력을 가지는 성격의 합의이다. Chambliss와 Miller 사이의 합의가 이용허락이나 양도인지 아니면 화해계약인지에 따라 공동저작권자인 Chambliss가 그러한 법률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

소급효 있는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 인정은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
공동저작권자 중 한 사람은 단독으로 자기의 지분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고, 타인에게 장래에 저작물을 이용할 비독점적 권리를 허락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공동저작권자의 지분은 양도성이 있는 권리이고, 공동저작권자 중 한 사람이 제3자에게 비독점적 이용을 허락하더라도, 다른 공동저작권자는 여전히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보유하며 이용허락을 한 공동저작권자가 받은 저작물 사용대가에 대해서 배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동저작권자는 단독으로 독점적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하면, 오로지 독점적 이용권자만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다른 특별한 합의가 없는 이상 공동저작권자라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단독으로 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적 이용권한의 설정은 모든 공동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Chambliss가 Miller에게 공동저작권자로서의 자기 지분을 양도하면 그 시점 이후부터는 Miller가 Davis와 함께 공동저작권자가 되어 스스로 저작물을 이용하거나 다른 피고들에게 비독점적 이용권한을 설정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Chambliss가 자신의 지분을 소급적으로 Miller에게 양도한 합의에 유효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이다. Miller는 저작물 이용 당시나 다른 피고들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당시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피고들의 노래가사 이용과 동시에 Davis에게는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권리가 이미 발생하였다. 만일 사후 서면 계약에 소급효를 인정하면, 소급효에 의해서 Miller는 작사 당시부터 Davis와 공동저작권자였던 것과 같이 법률상 의제하게 되어, 권한 없는 이용이었던 Miller의 저작물 이용이 소급적으로 권한 있는 정당한 이용으로 취급되고, Miller의 다른 피고들에 대한 비독점적 이용권한 설정도 권한 있는 자에 의한 유효한 이용권한 부여로 간주되게 된다. 따라서 소급효를 인정하면 Chambliss 단독의 행위로 인하여 이미 발생하였던 Davis의 피고들에 대한 권리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만일 Chambliss가 Miller에게 자기 지분을 양도한 것이 아니고 비독점적 이용권을 설정한 경우라도 소급효를 인정하면, Chambliss의 단독행위로 인하여 Davis가 권리를 상실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즉 소급적 이용권한 설정의 효력을 인정하면 Miller는 이용은 소급적으로 이용권한 있는 저작물의 이용이 되어 Davis는 Miller에 대한 권리를 잃는다. 다만 비독점적 이용권자에 불과한 Miller는 제3자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 없어 Miller를 제외한 다른 피고들의 행위는 여전히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차이가 날 뿐이다.
소급효를 인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상과 같은 결과는 공동저작권자는 자기 자신이 가진 권리 이상을 양도하거나, 다른 저작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공동저작권자간 법률관계의 기본원리를 파괴하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는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법률적 이유이다.
그 밖에도 항소법원은 소급효의 부정이 법률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작권 침해의 유인을 감소시킨다는 정책적 이유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만일 소급효를 인정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위 당시에는 권한이 없었던 저작물의 이용이 소급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으로 취급될 뿐 아니라, 소급적으로 공동저작권자가 된 자가 소급적으로 얼마든지 많은 제3자에게 이용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법률적 불확실성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또 소급효 있는 저작권 양도 합의가 허용되면 모든 저작권자와 화해를 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대가를 지불하고 공동저작권자 중 일부와 소급적 저작권 양도 합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므로, 저작권 침해의 유인이 높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효인 저작권 구두 양도의 소급적 사후 추인도 허용되지 않아
서면 합의는 저작물 이용 이전에 이루어진 구두 합의를 소급적으로 추인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주장도 항소법원에서 배척되었다. 미국 저작권법상 공동저작권자의 지분의 양도는 서면으로 체결되지 않으면 무효이므로[17 .U.S.C. §204(a)], Chambliss와 Miller 사이의 구두 약정은 무효이다. 피고들은 사후의 서면 계약은 이미 이루어진 구두 계약을 서면으로 추인(ratify)하는 것이고, 따라서 구두 약정은 약정 당시로 소급하여 서면 요건을 갖춤으로써 유효하게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추인의 논리 역시 소급적 저작권 양도의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침해책임 면제를 위해서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 필요
저작물이 공동저작물인 경우에 화해나 면책 합의는 모든 공동저작권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고,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화해나 면책 합의는 저작물 전부가 아니라 그 1인에 대하여 그가 가진 지분 범위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라는 판단을 항소법원이 내렸다..

[시사점]
1. 저작물 이용 전에는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허락만 받아도 저작물 이용 가능
이 판결은 타인의 저작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 사용허락을 받아두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을 높여 주었다. 저작물을 아직 사용하기 전이라면 공동저작자 중 1인의 허락만 받으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2.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한 이후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화해나 면책 가능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사전 이용허락은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의 동의만 받으면 되지만, 저작물을 동의 없이 이미 이용한 이후에는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만 화해나 면책 합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3. 사전 이용허락의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저작권자 또는 공동저작권자의 1인의 이용허락이 저작물 이용 전에 있었는지 후에 있었는지의 판단이 저작권 침해 소송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되었다. 사전에 서면 합의를 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면 합의가 지연될 경우에는 사전에 저작물 이용에 관한 구두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반드시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를 들자면 라이센스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저작물을 이용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경우에는 그 동안 협상 결과를 정리하면서 저작권자가 저작물 이용에는 동의하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편지를 저작권자에게 보내두고, 서면 합의에도 과거 침해에 대한 합의부분은 사전의 구두 이용합의를 재확인하는 것임을 명시해 둔다면 사전에 저작물 이용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용허락과 달리 저작권 양도는 미국 저작권법상 서면으로 체결되어야만 효력을 가지고, 사후에 서면으로 추인하더라도 소급효를 가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서면계약을 확보하여야 한다.

by 신영욱, updated 2008-08-16, www.lawnb.com에 최초 게재

Aug 6, 2008

회사 홈페이지상의 공지를 통한 서비스이용계약의 변경


오 랜 전에 가입을 해두고 최근에는 거의 접속하지 않는 한국 웹사이트로부터 약관 변경 고지라는 취지의 제목이 달린 이메일이 날아왔다. 그 사이트는 거의 이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이메일을 휴지통으로 날려 버렸지만, 궁금증이 생겼다. 이메일로 통지가 되었지만 내가 승낙을 하지 않은 약관 변경은 효력이 있을까? 휴면 가입자에 불과한 나로서는 약관 변경이 효력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게는 개정된 약관의 효력 유무가 회사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만일 소비자집단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배상(punitive damage)을 내릴 수 있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체결되는 계약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회사들도 마찬가지인지, 유능한 사내 변호사들을 거느리고 있고 쟁쟁한 로펌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들조차도 허술하게 인터넷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가 그 계약을 둘러싸고 분쟁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가끔 접할 수 있다. Apple, Adobe 같은 회사도 이용계약에 관한 고객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이용계약에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계약을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인터넷을 통한 계약의 변경 문제로 돌아가면, 미국 제9순회재판소(the Ninth Circuit Court)는 Douglas v.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Central District of California 사건에서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에 관해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Douglas 사건의 쟁점은 서비스 제공자가 수정된 계약 조항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만으로 계약을 개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계약의 체결이나 수정을 위해서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통적 계약법 이론에 근거해서, 수정된 계약 조항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행위는 계약수정의 청약(offer)에 해당하고, 상대방의 승낙이 없는 이상 계약 수정은 고객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법원이 판결문의 말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동일한 쟁점에 관해서 연방 항소법원 수준에서 판단이 내려지는 첫번째 사건이었다. Douglas 사건의 실질적 상대편 당사자인 Talk America는 오프라인 장거리전화 서비스 제공자이고, 계약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지만, 계약의 수정을 위한 고지는 Talk America의 회사 홈페이지에서만 이루어진 이 사건은 오프라인 계약을 온라인을 통해 수정하려고 한 사건으로, 최초 계약과 계약 수정이 모두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뒤에서 보듯이 이 판결은 체결과 수정이 모두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법리를 밝히고 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인 Joe Douglas는 America Online(AOL)과 장거리 전화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얼마 후, 실질적 피고인 Talk America는 AOL로부터 장거리 전화 사업을 인수해서 계속 수행하였다. Talk America는 전화 서비스 계약에 4 개 조항을 추가하였다:(1) 추가 서비스 이용 요금, (2) 집단소송에 관한 유보 조항, (3) 중재 조항, (4) New York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조항. Talk America는 수정된 계약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하였다. 하지만, Douglas의 주장에 따르면, Talk America는 개별 통지는 하지 않았다. 계약 수정 사실을 모른 채로 Douglas는 4년간 Talk America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였다.

뒤늦게 일방적 계약 수정 사실을 알게 된 Douglas는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Talk America는 수정된 계약 중에 포함되어 있던 중재조항에 근거해서 중재회부를 신청하였다. 지방법원은 Talk America의 신청을 받아들여, 중재 회부 결정을 하였고, 이 결정에 대하여 Douglas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참고로 말하면, 미국 Federal Arbitration Act는 중재회부신청을 거절하는 법원 결정에 대해서는 중간 불복(interlocutory appeal)을 허용하지만, 중재회부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중간불복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는 항소가 아니라,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에 중재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라는 명령을 하는 직무집행명령(writ of mandamus)을 신청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판결의 피고는 실질적 피고인 Talk America가 아니라, 중재 회부 결정을 내린 법원이 되었다.
제9 순회법원은 Douglas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전통적 계약법 이론에 근거해서 Douglas는 수정된 계약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수정된 계약의 효력은 Douglas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밝혔다. (1) 계약의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고, 다른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 Talk America가 말하는 수정된 계약의 게시는 계약 수정에 관한 청약(offer)에 불과하고, 상대방이 승낙할 때까지 상대방을 구속하지 못한다. (3) 다른 상대방이 수정된 계약 내용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계약 수정에 관한 청약은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사점]
이 판결은 유사한 사건의 해결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지만, 한편으로 여러 미해결 과제들을 남겨 두고 있다.

  • 웹사이트상 계약수정 내용 고지를 통하여 계약이 수정될 수 있다는 사전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

Douglas 사건에서 원 계약에는 웹사이트 고지를 통해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Douglas 사건은 엄밀히 보면, 계약의 수정 방법에 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건이다.

만 일 개정전 계약에 사업자는 그 웹 사이트에 수정할 계약 내용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 사건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사전 합의에 따른 계약 수정이 아마도 일정 범위에서는 유효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유효하게 상대방을 구속하지는 못한다. 사전에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로 개별 통지를 대신한다는 합의 자체를 모두 무효라고 할 수 없겠지만,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는 불완전한 고지방법임을 부정할 수는 없고, 계약 수정에 대한 '동의'를 충분히 대신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계약 수정 공지가 웹사이트 속에서 찾기가 어렵게 배치되어 있거나, 관련되는 서비스의 속성상 고객이 웹사이트에 자주 접속하지 않는다거나(Douglas 사건에서와 같이, 전화 서비스 이용자가 통신사업자의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계약수정 공지를 확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경되는 계약 내용이 고객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조항일 경우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고지의 사전 합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계약 수정이 상대방을 구속하는 효력이 인정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사전 합의된 계약 수정 방법의 유효성에 관해서는 Sandra L. Badie v. Bank of America 사건을 참고해 볼 수있다. 이 사건은 은행이 신용카드 가입 고객에게 계약수정 내용을 우편으로 통지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합의가 사전에 있었고, 은행이 그 합의에 따라 우편 통지를 통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하여 그 수정된 계약의 유효성이 다투어진 사건이다. 즉 이 사건은 Douglas 사건과 달리 고객에게 우편을 통해 실제로 개별 통지가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전 합의에 따라 우편 통지를 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인 계약 수정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계약 수정 권한은 신의와 공평의 원리에 따라 제한을 받고(constrained by the covenant of good faith and fair dealing) 계약 상대방이 계약 체결 당시에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벗어난(not within the reasonable contemplation of the parties when the contract was entered into) 수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 어떤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가?
Douglas 사건에서 웹사이트 고지를 통한 일방적 계약 수정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많은 소비와 구매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대에서 소비자를 일일이 찾아가 동의를 받아 계약 내용을 수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100% 동의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온라인을 통한 계약 수정은 편리할 뿐 아니라 불가피하지만,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터넷 서비스나 인터넷의 이용은 그 서비스의 내용이나 방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방법만 유효한 계약 수정방식이라고 고집할 수 없다. 대부분의 온라인을 통한 거래에서 사업자들은 오프라인으로 고객에게 계약 수정을 통지를 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주소 등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못고, 전자우편 주소를 알고 있더라도 전자우편 주소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고객이 그 전자우편 계정으로 도달하는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온라인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을까? 각 서비스의 특성, 고객의 특성, 웹사이트의 특성 등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 볼 수 밖에 없다. 아래에서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서 도입해 볼 수 있는 계약수정 방법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
    • 로그인이 없이 이용하는 서비스
사용자 등록이나 로그인이 필요없는 서비스는 사업자가 홈페이지에 서비스 이용조건(terms of use)을 게시하고, 고객의 이용은 그 이용조건에 따른다고 명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객이 그러한 이용조건의 승락할 경우에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이용조건이 구속력을 갖는다. Douglas 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이러한 서비스의 경우에도 적절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계약수정 내용이 명확히 고지되어야만 계약수정이 유효하다.

계약 수정을 게시할 때는,최종 개정일자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개정된 이용조건 내용의 전부 또는 중요 요지를 개정일자별로 정리해서 게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용조건에 매번 방문시마다 별도의 새로운 이용계약이 성립한다는 점을 규정한다면, 종전 계약의 적절한 고지 없는 수정이라는 공격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등록,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
등록,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는 반복되는 로그인 과정에서 이용계약 수정 사항에 관한 동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수정을 통지하거나 동의를 얻기가 비교적 쉽다. 또 사업자가 이용자의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사업자는 이용계약 속에 로그인 과정에서 동의를 받거나, 이메일을 통해 계약 수정 사항을 통지할 수 있다는 계약수정 방법에 관한 조항을 두고, 기술적으로는 쿠키를 심거나 접속 정보를 보관하는 등 사용자가 새로운 이용계약에 동의하였다는 점을 확인, 보존, 추적할 수 있는 조치를 개발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 오프라인 서비스의 홈페이지
Douglas 사건이 오프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계약 수정 통지가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런 오프라인 서비스의 이용자는 많은 경우에 사업자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이유가 없거나, 매우 드물게 접속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웹사이트 상의 고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프라인 상에서 개별 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Bandie 사건에서 법원은 일방적으로 변경된 계약 조건이 원래 합의된 사항과 관련이 있어서 고객이 변경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앞선 판결례들을 인용하면서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개별 승낙을 받으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편 등을 이용한 개별 통지를 해야 한다. 명시적 승낙을 받지 못하였더라도 실제로 통지가 이루어지고, 그 통지 이후에도 고객이 이용을 계속한다면, 계약 조건 변경을 알고서도 이용을 계속하는 행위가 묵시적 동의를 의미한다는 주장을 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Douglas 사건에서는 Douglas가 개별 통지를 받았다는 입증이 없었기 때문에, 개별 통지를 전제로 하는 이 방어방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별 통지가 이루어졌더라도 고객의 기대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신의와 공정성을 위배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험을 거쳐야 구속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다.
    • 웹사이트 운영정책의 변경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은 개인정보보호정책, 저작권보호정책과 같은 서비스운영과 갈은 정책을 이용계약과는 별도로 수립하여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계약과는 별도로 작성, 운영되고, 계약이라는 제목 대신에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정보, 사생활과 같은 고객의 중요한 권리나 이익에 관해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대 이익을 해치거나, 통지-동의라는 계약 수정 절차를 회피하려고 정책의 형태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다[State v. San Francisco Sav. etc. Soc.(1924) 66 Cal. App. 53 참조, 은행고객과 맺은 계약에 은행은 정관세칙(bylaw)을 고객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더라도, 휴면계좌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정관세칙 개정은 고객에 대해 휴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짐].

Jul 10, 2008

미국 상표법상 한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 귀속 문제

한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두 회사가 서로 갈라섰을 때 종종 상표권의 분쟁이 생기고는 한다. 우 수한 기술로 생산한 품질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국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고, 미국 내 판매망을 가지지 못한 한국 제조업자들은 한국이나 다른 외국 시장에서 사용하던 자기의 브랜드나 상표를 미국 현지 판매업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면서, 미국 내 광고, 홍보, 판매, 사후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영업을 맡기게 된다. 나 중에 두 회사 사이의 관계가 금이 가서 총판계약이 파기되면, 미국 내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나 상표를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다툼이 생기게 된다. 미국내 판매회사는 미국 내에서 해당 브랜드나 상표의 명성과 인지도는 자신의 노력과 투자로 높아졌고, 따라서 브랜드나 상표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계속 하려고 시도하고는 한단.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내 판매회사가 이미 자기의 명의로 미국에 상표 등록을 해 두었을 수도 있고, 해당 상표나 브랜드를 한국 제조업자의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에 사용을 해 왔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 귀속 관계를 단순화해 보면, 다음 같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상표권자인 제조업자가 판매업자와 상품 공급계약을 맺고, 판매업자에게는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인데, 이 때는 원칙적으로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 둘 째는 판매업자가 제조업자에게 판매업자의 상표를 부착한 상품을 제조하여 공급하도록 주문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판매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 이 글에서는 첫번째 경우에 관해서 살펴보겠는데, 실제 거래 관계에서는 당사자간의 합의, 각 당사자의 역할, 사업구조 등에 따라 상표권 귀속이 달라질 수 있고, 상표권 귀속이 불분명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뒤에서 살펴보듯이 제조업자가 미국이 아닌 외국 기업인 경우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외 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분쟁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서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미국 상표권은 출원주의가 아니라 사용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해당 상표를 누가 최초로 사용했는지와 관계 없이 처음 상표등록 출원을 한 사람이 상표권을 갖는 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상표법 제8조), 다만 상표등록출원 이전부터 상표를 부정경쟁 목적 없이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해 온 자는 그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 권리를 가질 뿐이다(상표법 제57조의 3). 반면 미국에서는 상표 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상표를 최초로 사용(first use)한 사람이 common law 상의 상표권을 취득한다. 미국 상표법에 의한 상표등록은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을 통해 이미 취득한 common law 상의 상표권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며(“The Owner of a trademark used in commerce may request registration of its trademark……” 15 U.S.C. §1051 (a) (1)), 상표의 등록은 상표권을 창설하지 못한다. 출 원주의를 취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 미국도 최근에 상표등록의 효력을 강화하고, 앞으로 상표를 사용하겠다는 사용의사에 기반한 출원을 허락하는 등 상표법에 출원주의 요소를 많이 도입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국 상표법의 출발점은 사용주의이다.

상표권은 국가마다 별도로 발생하므로, 외국 사업자가 자국이나 제3국에서 상표를 사용하였거나 등록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미국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미국 내에서 상표를 사용하였어야 한다. 미 국 내에서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내 판매업자를 통해서만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 제조업자는 독자적으로 상표를 최초 사용하였다는 주장 대신에 미국내 판매업자를 통해서 상표를 최초 사용하였다는 주장을 통해서 미국 상표권을 인정방아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내 판매업자에게 미국 내에서 최초로 해당 상표를 사용해 영업활동을 한 것은 판매업자 자신이므로 자신이 상표권을 취득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상표권 분쟁의 씨앗이 되고는 한다. 이와 같이 미국 상표법상의 사용주의 하에서는, 외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귀속 문제가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당사자가 합의가 우선

이러한 외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소유 관계에 관해서 당사자간의 합의가 우선한다는 법리가 정립되어 있다 (Far-Best Corporation v. Die Casting “Id” Corporation). 즉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구체적 거래관계에서 상표권을 소유할 자를 합의하였다면 법원은 그 합의에 효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미국 판매업자가 상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간에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판매업자에게 이전하였어야 하고,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개개 사건에서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을 내릴 문제이다(Lousiana-Pacific Corp. v. Nu-Sash, Inc.) 미국내 판매업자는 단순히 제조업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판매 유통시켰다는 사실만으로는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하고(Roger & Gallet v. Janmarie, Inc. 등), 판매업자가 독점판매권이나 상표 사용권을 부여받았더라도 제조업자의 상표권까지도 당연히 양도받는 것은 아니다(TMT North America, Inc. v. Magic Touch GmbH). 상표권은 국가별로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외국 제조업자는 각 나라마다 다른 회사에게, 예를 들어 캐나다 지역에는 A 판매업자에게 상표권을 양도하였더라도, 미국 지역에는 B 판매업자에게 양도하는 식의 지역별 분리 양도가 가능하다. 상표권을 영구 양도하지 않고, 일정 기간만 양도할 수도 있는데, 한시적 양도기간이 종료하면 판매업자는 더 이상 아무런 상표에 대한 권리도 가지지 못한다.

합의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제조업자에게 상표권 귀속된다는 추정 성립

만일 상표권 귀속에 관한 합의 존부가 불분명하다면, 제조업자가 미국 사업자인 경우는 물론이고 외국 사업자이더라도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는 추정이 성립하고(Hank Thorp, Inc. v. Minilite, Inc.), 판매업자는 그 추정을 번복해야만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독점적 판매계약만으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표권 이전 합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Saxlehner v. Eisner & Mendelson Co.). 반면, 외국 제조업자가 명시적으로 미국내 판매업자에게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영업상의 신용(good will)까지 이전한 사건에서는 상표권 양도가 이루어졌음이 인정되었다(A. Bourjois & Co. v. Katzel).

판매업자가 이 추정을 뒤엎지 못하면, 판매업자 명의로 이루어진 상표등록은 무효가 된다. 판매업자에게 더 이상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공표를 소비자들에게 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고, 판매업자가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법률적 사실적 관계는 모두 외국 제조업자에게 귀속되게 된다.

미국 법원이 추정의 번복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는 (1) 누가 상표를 고안 또는 창작하였는지, (2) 누가 관련된 상품에 상표를 처음으로 부착하여 사용하였는지, (3) 상품 포장이나 홍보물에 어느 쪽의 상호가 상표와 연관되어 표시되는지, (4) 누가 상표가 표시되는 상품의 속성이나 품질을 관리하였는지, (5) 소비자가 누구를 상품의 제공자, 또는 상품에 관한 책임주체로 인식하는지, (6) 누가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광고, 홍보 비용을 지급하는지 등이 있다. 법원이 Amica Mut. Ins. Co. v. R. H. Cosmetics Corp. 사건에서 상표가 제조업자나 판매업자의 상호나 이름과 연관이 있는지는 여부는 상표 귀속의 확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법원은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으로 고려하고, 어느 것 하나를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지 않는다.

상표 귀속의 문제는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사이에서 최초에 누구에게 상표권이 속하는지에 관한 문제이고, 상표권 귀속이 일단 결정된 이후에는 이와 배치되는 별도의 상표권 양도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위에서 열거한 정황사실이 변경되더라도 상표권의 소유자는 변경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최초 사용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제조업자가 광고, 홍보 비용을 지급하고, 제조업자가 상품 관리 책임을 진다는 등의 사정에 근거하여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은 경우, 그 이후에 판매업자가 홍보 비용을 부담하고, 판매업자가 상품 관리 책임을 지는 것으로 양자간의 관계가 변경되더라도, 별도의 상표권 양도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상표권 귀속이 변경되지는 않는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제조업자에게 주는 시사점

1. 총판계약서에 상표권 귀속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제조업자는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귀속된다는 강한 추정을 누릴 수 있지만, 그 추정은 사정에 따라 번복될 수 있으므로 총판계약서에는 반드시 상표권 귀속에 관한 합의를 명시하여야 한다.

2. 미국에 새로운 상표나 브랜드를 도입할 때는 특히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속한다는 명시적 문구를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앞서의 논의는 한국 제조업자가 해당 상표에 관한 권리를 한국이나 제3 국에서 보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만일 미국 시장에서 다른 시장에서는 쓰지 않던 상표나 브랜드를 도입할 경우에는, 사용주의에 기반한 미국법상 그 상표에 대한 권리는 미국에서 처음 사용한 판매업자에게 귀속된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새로운 상표나 브랜드의 귀속에 관한 명시적 합의를 꼭 해두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3. 상표권 등록을 해두어야 한다.

미국 상표법은 사용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상표권 등록을 해두면 상표권자로 추정되고, 등록 후 5년간 계속 사용하면 상표권등록 무효를 다툴 수 있는 공격방법이 제한되는(incontestability) 등 여러 유리한 등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4. 상표권을 판매업자에게 양도할 경우, 판매계약 종료 후 귀속관계에 관해서도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한다.

현지 판매업자에게 상표권을 양도하더라도, 상표권을 일정한 기간동안만 양도하는 합의도 가능하므로 상표권을 되찾아 오고 싶다면 일정기간 경과 후, 또는 계약종료 후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자동으로 또는 제조업자의 청구에 의해 회복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만일 그러한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상표권 양도는 영구 양도로 해석되고, 제조업자에게 불리하다.

Lawnb 칼럼(www.lawnb.com), 2008. 7. 1.자에 게재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