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3, 2010

리니언시와 미국소송법상 자료제출의무

미국 반독점법위반 사실을 leniency 절차에 따라 최로로 자신 신고한 자진신고자에게는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형사 면책 , 민사소송에서 징벌적 배상 배제 와 같은 커다란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에 자진신고하지 않은 가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법위반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할 유인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자진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도 작지 않은데, 그 가운데 하나는 조사협조과정에서 제출한 정보들이 반독점법당국이 아닌 다른 제3자에게 공개되거나, 다른 사건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위험성이다.
그런데 자진신고를 이미 하였거나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결정이 최근 2010년 2월 1일 미국연방법원인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이하 “이 사건 법원”)에서 내려졌다. 자진신고에 따라 제출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자진신고 제도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미국 법무부는 자진신고에 따라 획득한 정보를 다른 소송사건에서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In re Micron Technology, Inc. 사건 결정이 그것이다. In re Micron Technology, Inc., Case No. 09-mc-00609 (D.D.C. 2010)

사건의 경위
이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02년 미국 법무부는 DRAM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담합 혐의에 관해서 조사를 개시하였다. 2002년 10월 그 담합 가담자 가운데 하나인 Mircron사는 미국 법무부에 법위반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기로 하였다. 그에 따라서 임직원들이 면책 조건으로(under immunity) 법무부에서 진술을 하였다.
그후 Micron사 주주들은 가격 담합에 가담하고, 그와 관련하여 투자자들에게 허위인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Micron 사와 임원 3명을 피고로 하여 2006년 2월 제기하였다. 이 사건 원고들은 그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하여 Micron 임직원들이 미국 법무부에서 한 진술과 관련한 자료(이하 “관련자료”)를 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서 입수하려고 시도하였다. 원고들은 처음에는 피고들에게 관련자료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들이 관련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에는 동일한 DRAM 가격담합 사건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출신인 Gary Swanson를 변론한 변호사가 관련자료를 열람하였다는 사실을 알아 내고 그 변호사를 접촉하였으나, 그 변호사도 법무부에 관련자료를 모두 반환하였기 때문에 관련자료 입수에 실패하였다. 끝으로 원고들은 미국 법무부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하였으나, 미국 법부무는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미국 법무부에 대해 자료제출을 강제하는 명령을 내려달라는 신청(motion to compel document production)을 이 사건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 사건 법원은 원고들의 요청이 미국 법무부에 과중한 부담을 주고,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federal law enforcement privilege)에 근거하여 비밀에 보호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이유에서 그 신청을 기각하였다.

과중한 부담 (undue burden)
자료제출 요청이 과중한 부담이 되는지는 일반적으로 (1) 불합리하게 중첩적(cumulative)이거나 반복적(duplicative)인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지, 또는 더 쉽고, 작은 부담을 주며, 작은 비용이 드는 다른 경로를 통해 같은 정보를 입수를 할 수 있는지. (2)자료요청 당사자가 디스커 절차에서 자료를 획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지, (3) 사건에서 그 자료가 가지는 중요성, 관련 사실이 다투어지는 정도, 당사자의 능력 등을 감안하여 자료제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자료제출에 수반되는 부담보다 충분히 큰지를 감안하여 결정한다. Fed. R. Civ. P. 26(b)(2)(C)
이 사건 법원은 원고들이 요청하는 자료는 이제까지는 공개되지 않은 자료이고, 임직원들을 이 사건에서 다시 진술을 하게 하더라도 그들로부터 법무부 앞에서 한 진술과 동일한 진술을 듣기는 어렵고, 원고들이 구하는 자료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물리적으로는 자료제출이 법무부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고들의 고의와 손해배상액 산정에 도움이 되는 증거가치가 크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원은 아래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책적으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상당히 커서, 결과적으로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 (the federal law enforcement privilege)
이 사건 법원은 법무부가 연방정부 법집행특권에 따라서도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연방정부 법집행특권은 효율적인 법집행 작용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정되는 특권이다. 이 사건 법원은 Tuite v. Henry 사건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연방정부 법집행특권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를 검토하였다.
Tuite 기준은 다음과 같은 10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기준이다. (1) 정보공개가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정부 기능에 미치는 영향 , (2) 정보제공자의 신원 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3) 정보공개가 정부의 자기평가와 그에 따른 제도 개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 (4) 공개 요청된 정보가 사실에 관한 정보인지 아니면 평가에 관한 정보인지, (5) 공개를 요청하는 사람이 문제되는 사고와 관련하여 계속 중이거나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형사 사건의 당사자이거나, 또는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6) 조사가 종결되었는지, (7) 정부 부서 안에서 징계절차나 다른 조사 절차가 제기되었거나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지, (8) 원고의 소송이 사소한 사건이거나 악의에서 제기되었지, (9) 요청된 정보를 다른 절차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찾을 수 있는지, (10) 원고의 사건에서 그 정보가 가지는 중요성
이 사건 법원은 원고들이 제기한 이 사건 집단소송이 선의로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없고, 관련자료를 통해 입증하려는 사항이 중요하며, 이 정보를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입수하기 어렵다는 점은 원고들에게 유리한 고려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자진신고자의 진술이 공개될 경우 앞으로 내부 관계자들이 정보 제공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큰 부정적 요소로 고려되었다.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사건 조사는 위반한 기업 자체나 내부신고자의 자진신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신고자들은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법무부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하는 면이 크고, 법무부 조사에 협조한 Micron 임직원 중에는 아직까지 전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번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그 사람들의 신원이 드러난다면 앞으로 법무부의 반독점 사건 조사가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 밖에도 요청된 정보가 단순한 진술 요약이나 속기록이 아니라, 법무부의 수사기법이나 수사과정의 일면도 담겨 있을 수 있는 법무부 내부 보고자료라는 점과 관련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되었다.

특권의 포기는 인정되지 않음
원고들은 요청된 정보들이 Gary Swanson 사건에서 공개된 바 있으므로,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은 포기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법원은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은 각 사건마다 비례 원칙에 따른 판단이 필요한데, 다른 사건에서 자료공개 필요성을 인정하여 보호조치 (protective order)에 따라 제한적으로 자료를 공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연방정부가 이 특권을 전면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결국 미국 법원이, 미국 법무부에 담합 행위를 자진신고한 자가 제공한 정보를 별도 소송에서 공개해 달라는 제 3자의 신청을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에 근거해서 거절한 사건이다. 법무부는 자진신고자의 신분이나 그들이 제공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이 사건을 통해서 강력하게 표시하였고, 이 사건 법원은 그러한 법무부의 의지와 정책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원고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관련자료들이 피고들의 고의와 손해배상 범위를 입증하는데 필요하였고, 원고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자료를 입수하려고 다각도로 노력하였지만 획득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원고들의 사적 이익도 상당한 보호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반독점법위반 자진신고제도 운영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공익에 상당한 무게를 둚으로써 원고들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더구나 관련자료는 다른 사건에서 담당 변호사들만 볼 수 있다는 엄격한 보호조치 하에서이었기는 하지만 공개되었던 자료이다. 관련자료가 공개되었던 Gary Swanson사건은 형사 사건이었고 이 사건은 민사 사건이라는 점이 이 사건 법원이 두 사건을 구별지은 표면상 이유였다. 하지만 개별 사건에서 자료공개 청구인의 사익과 공익 간의 비교형량에 따라 공개여부를 결정하고, 자료를 공개할지에 관한 법무부의 재량 판단을 가급적 존중하겠다는 입장으로도 이해된다.
이로써 앞으로 자진신고자들이 자신의 신원 자체가 공개되거나, 그들이 제공한 정보 내용이 공개되어 다른 사건에서 불리하게 이용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훨씬 덜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이 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이므로, 담합과 관련되어서 제기될 수 있는 다른 민사소송 종류인 구매자들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법무부에 자진 제공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자진신고자가 제공한 자료가 공개될 가능성이 앞으로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정보공개 청구인들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한 보호명령을 제안할 경우 과연 그러한 보호명령 하에서도 법무부의 정보공개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을지는 이 판결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또한 법원은 법무부에 자료공개를 명령할지는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므므로,원고들이 설득력 있는 자료 공개의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할 경우 엄격한 보호명령 하에서 자료공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판결이 미국 법무부에 반독점법위반 사실을 신고하였거나 신고할 기업들에게 희소식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하였듯이 장차 개별 사건에 따라서는 자료공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따라서 미국 법무부에 수사협조를 할 때는 제출하는 자료가 다른 제3자에게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제출하는 자료의 내용, 제출형태나 방식에서 연방정부 법집행 특권이나 변호사특권들에 따라서 보호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위 글은 제가 로앤비 www.lawnb.com 칼럼란에 2010. 2. 22. 게재한 글입니다)

1 comment:

  1. Anonymous3:06 PM

    Hey there helpful report. I'd a little bit difficulity observing the next few paragraphs onSafari while, not certain why?
    Here is my web site Genital Warts Home Remedies

    ReplyDelete